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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문간에 발 들여놓기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 technique)’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상대방에게 큰 부탁을 하고자 할 때, 먼저 작은 부탁을 해서 그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학자들이 ‘연속 근사’(successive approximation)라고 일컫는 인간 성향에 의존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사람이 작은 부탁이나 약속을 들어주고 나면 그 사람은 그 방향으로 태도나 행동을 계속 수정하게 되고, 더 큰 부탁들을 들어줘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프리드만과 프레이저(Freedman & Fraser, 1966)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가정주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에 대한 질문 몇 가지에 답하도록 부탁했다. 이들은 사흘 뒤 다시 전화를 해 이번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 수를 세어 보기 위해 대여섯 명의 남자가 두어시간 방문해 찬장과 창고를 살펴봐도 되는지 물었다. 이들은 처음에 전화로 질문을 받은 주부들이 질문을 받지 않은 주부들에 비해 두 번째 부탁을 들어 줄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범한 국민들 분노하는 부끄러운 현실

마트에서 파는 시식코너도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을 이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판매원들은 사지 않아도 좋으니 맛이나 보라고 웃으며 권한다. 이 때 일단 받아서 먹고 나면, 한 개만 구입하라는 부탁을 미안해서라도 쇼핑 카트에 담게 된다. 상대가 쉽게 들어 줄 쉬운 부탁을 먼저하고 큰 부탁을 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형태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이 어지러운 이야기의 중심에 우리나라 최고위층이 등장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엄청난 금액을 출자해 권력 비호 세력이 필요한 단체를 만드는데 협조했다. 최고 권력자와 기업들은 왜 이렇게 쉽게 부탁을 들어줬을까? 아마도 처음에는 어렵지 않은 부탁을 들어준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그녀의 부정적 요구도 처음에는 작은 것이었을 것이다. 차 한 잔 마시거나 어려운 시절 함께 위로하는 그 정도에서 시작해 점점 큰 영향력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지도자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정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내 집의 문간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희망 상실의 시대’로 가라앉고 있다. 그저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고 내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노력하면 아름다운 미래가 온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혜, 도덕성에 대한 지도층 반성 필요

지도자란 어떤 인물인가.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은 이상적 모델 중 한 인물이다. 위대한 그리스 역사가이며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크세노폰은 ‘키루스 교육’라는 책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스가 아닌 페르시아제국의 창건자인 키루스대왕에게서 찾았다. 키루스 대왕은 자신의 철학만이 옳다고 생각한 독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전환해 깊이 성찰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지도자의 지혜와 도덕성에 대한 깊은 묵상으로 자신의 나라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복한 나라에서조차 인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한 리더였다. 지도자의 삶은 멋지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끊임없이 숙고하는 삶을 살아야하는 고통스러운 것이라 말한 그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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