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착한 불륜드라마 '공항가는 길'

11월 10일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일제히 막을 내렸다. 이는 다음 주 수목드라마 ‘빅매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16부작인 KBS ‘공항가는 길’과 MBC ‘쇼핑왕 루이’는 9월 21일, 24부작 SBS ‘질투의 화신’은 8월 24일 시작했지만, 같은 날 종영되었다. 5회 결방에 따른 ‘쇼핑왕 루이’의 10일 2회 연속방송도 한몫한 같은 날 종영이다.

3편중 ‘공항가는 길’ 시청률이 한번도 두 자릿수에 오르지 못하는 등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지난 3월 결혼한 김하늘(최수아 역)이 SBS ‘신사의 품격’(2012) 이후 4년 만에 처음 선보인 안방극장 복귀작이란 점에서 다소 아쉬운 시청률이라 할만하다. 최종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9.3%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미 보던 ‘질투의 화신’을 재방송으로 돌리고, ‘공항가는 길’ 시청에 집중했다. 이유는 딱 하나다. ‘공항가는 길’이 불륜드라마라고 알려져서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과연 이미 있어온 아류들과 어떻게 다른 불륜드라마일지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본방사수의 이유가 된 것이다.

‘공항가는 길’은, 그러나 막장과 통하는 불륜드라마는 아니다. 좋게 말하면 착한 불륜드라마 또는 ‘아름다운 불륜’의 드라마라고 할까. 뭐, 아름다운 불륜이라고? 그렇다. ‘공항가는 길’은 유부녀와 유부남이 하는 사랑, 즉 불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착한 불륜드라마다.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의 여러 환경과 심리묘사 등 개연성 있는 섬세한 연출 덕이다.

수아는 12년차 항공사 승무원이다. 12살짜리 딸 효은(김환희)의 교육문제로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곧잘 충돌한다. 서도우(이상윤)는 애니(박서연)에게 친부(親父)보다 나은 양부이지만, 아내 김혜원(장희진)은 모성이 본능은 아니라고 말하는 비정한 여자이다. 무엇보다도 수아는 처녀적부터 쑥맥인데다가 직장맘의 고충을 모두 안고 산다.

누구나 안고 사는 그런 부부문제의 틈은 말레이시아 유학중인 각자 딸들로 인해 더욱 커지고 심각해지는 계기를 맞게 된다. 애니의 죽음이다. 애니의 죽음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도우 내지 수아의 의식에 따라붙는다. 거기에 더해 도우 어머니까지 둘의 관계를 촉발시킨다. 이를테면 딸, 어머니의 죽음을 매개로 한 연애감정 싹틔우기인 셈이다.

가령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넋 잃고 앉아있는 도우에게 달려간 수아가 어떤 말도 필요없이 그냥 안기는 식이다. 그 안김의 위치, 도우는 벤치에 앉아있고 수아는 선 채로인 그런 포옹의 절제된 연출은 여러 배경음악중에서도 특히 블루스 리듬의 ‘Only you’와 함께 ‘공항가는 길’이 불륜드라마임을 잠시 잊게 한다.

‘바라지 말 것, 만지지 말 것, 헤어지지 말 것’의 ‘3무’ 사이는 수아와 도우가 포옹에 이어 키스까지 벌이는 8회부터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절제된 연출은 여전하지만, 남편 진석이 앞서가는데도 도우는 뒤에 오는 수아를 지나치며 살며시 그녀 손을 잡는다. 수아는 잠시 멈춰선 채 도우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여러 곳에서 보여주는 이런 아슬아슬한 사랑의 장면은 아연 긴박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연 흥미진진해지는 이유이다.

죽은 애니의 잦은 생전 모습이 시청 흐름을 깨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상현실 속에서 제법 숨가쁘고 리얼하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공항가는 길’은 성공한 불륜드라마라 할만하다. 수아 절친 송미진(최여진)의 진숙과의 혼전동거, 딸을 버린 비정한 혜원의 세속적 욕망 등 그런 얘기 없이도 수아와 도우 그들의 불륜은 충분히 그럴 듯하다. 사랑이다.

각자 이혼하고 일종의 냉각기를 거쳐 결합 직전까지 가는 해피엔딩은 불륜드라마의 새로운 좌표라 할만하다. 간통죄 폐지 등 가치관 변화와 함께 달라진 시대상의 한 구현이라 할 수 있는 결말이어서다. 불륜드라마에 으레히 따라붙는 ‘불륜 미화’니 하는 지적과 하등 상관없는 ‘공항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15세 시청가’를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너무 절제된 연출에 대한 불만이 그것이다. 가령 각자 이혼까지 하여 새 출발하고 있는 사랑인데, 한번도 수아와 도우가 ‘이층집’에까지 이르는 장면이 없는 건 다소의아스럽다. 그런 사랑에서 섹스는 밀어(蜜語)보다 훨씬 강한 무기로 작용함을 간과한 것이라고나 할까.

느닷없는 20년 전 폐쇄공포증 재발과 함께 진석의 온순해지기도 캐릭터 균열로 보여 의아스럽다. 도우가 아는 사람에게 가며 수아와 동행(8회)한 것, 제주도 한적한 곳이긴 하지만 길에서 껴안기(14회)도 의아스럽긴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런 사랑의 본능을 외면한 결과가 되어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