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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비현실적 전개의 법정로맨스 '캐리어를 끄는 여자'

지난 15일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15, 16부 연속방송으로 막을 내렸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16부작으로 9월 26일 시작했다. 그러니까 10월 25일 10부가 프로야구 중계방송(NC가 승리한 플레이오프 경기)으로 결방된데 따른 고육지책의 종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보면 드라마는 동네북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올림픽방송이라든가 추석이나 설특선, 심지어 프로야구 중계 따위로 결방되는 일이 잦아서다. 결방은, 특히 시청률이 그만그만한 드라마일수록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고 있다. 하나의 특징이라 할까, 부득히 결방된 경우라도 바로 방송하는 법이 없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 역시 시청률이 그만그만한 드라마에 속한다. 최지우(차금주 역)⋅주진모(함복거 역)⋅이준(마석우 역)의 스타급 캐스팅과 법정로맨스 등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1회 시청률 6.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은 후 방송 내내 한번도 두 자릿수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최종회에서 처음으로 10.0%를 기록했을 뿐이다.

 

어느새 20년차 배우인 최지우는 제작보고회에서 “밝고 억척스러운 모습과 함께 멜로, 미스테리 등 다양한 부분들이 복합되어 있어서 좋았다”(스포츠서울, 2016. 9. 23)고 말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패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멜로든 법정드라마든 한 가지로만 파고 들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는 얘기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사무장 차금주의 좌절과 변호사로서의 성공 이야기다. 유능한 사무장으로서 감옥에 가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데 함복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골든트리’ 로펌을 맡길 정도이니까. 마침내 사법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되는 것도 함복거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 전개도 비현실적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보 변호사 마석우와 함복거가 차금주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잘나가는 사무장이었을망정 금주는 이혼녀다. 이혼이 흉은 아닌 세상이라해도 멀쩡한 선남선녀의 총각들이 이혼녀를 두고 그렇듯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되나?

 

가령 절정을 이루는 10부 방송(10월 31일)을 보자. 복거와 석우는 공개된 장소인 카페에서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하며 가사에 ‘금주’가 들어간 노래까지 불러댄다. 사랑을 하면 미친 짓도 할 수 있다는 일반적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꼴불견 퍼레이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관은 캐릭터 설정에서도 드러난다. 살인 혐의자로 도피 중인데도 복거가 금주 앞에 나타나 시험 잘 볼 것을 독려하는 식이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자화자찬까지를 포함한 그런 오만함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법정에서의 진지함, 시의성, 긴박감 등을 한방에 훅 날려버린다. 각종 범죄재판에 긴장감 있게 올인했더라면 이보다 시청자 반응이 낫지 않았을까.

 

어쨌든 “태블릿 PC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나 “호가호위는 오래 못가” 등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고 있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시국 끼워넣기는 돋보인다. 얼마 전 끝난 ‘옥중화’에서도 ‘오방낭’이 등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전전작제가 아닌 이른바 쪽대본이라 가능한 현실반영이라는 점이 자못 씁쓸하지만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법정드라마로서의 하이라이트는 ‘노숙소녀사건’ 재심이다.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의 무죄를 이끌어냄으로써 변호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있어서다. 이는 ‘익산약촌오거리’, ‘삼례나라슈퍼’ 등 최근 실제 재심이 진행된 살인사건을 환기시켜 사법정의의 필요성을 도출해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진실은 가둬둘 수가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빛을 발한다. ‘오성의 개’가 된 법무법인 대표 이동수(장현성)⋅박혜주(전혜빈)의 음모와 비리, 나아가 변호사⋅검사⋅판사의 법조인 악행 드러내기 역시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특히 변호사인 혜주의 해결사 강프로(박병은)와의 결탁에서 보는 세속적 욕망은 실제 그럴 수 있을지, 섬찟하게 다가온다.

 

반면 “클났네. 내가 되게 참을성이 없는데” 따위 사설을 늘어놓으며 총을 쏴대는 강프로 캐릭터는 꽤 신선해 보인다. 살인을 일삼는 해결사가 그렇듯 유니크한 캐릭터일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다. 그의 악행들이 자칫 호도되거나 희석될 수 있어서다. 그의 총기소지 및 발사는 전반적으로 ‘평온한’ 드라마 톤에 균열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첫방송에서 최지우는 ‘깨끄시’로 말해야 할 ‘깨끗이’를 ‘깨끄치’로 발음한다. 12부(11월 7일)에서는 ‘비즐’로 해야 할 ‘빚을’을 “비슬 갚는게 될테니까”로 발음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생방송도 아닌데 배우의 그런 오류가 바로 잡히지 않은 채 방송되는 건 PD의 무성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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