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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상수리 선생님과 돼지 장학금

오늘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시골 들길을 밟듯이 꽃잎같이 진한 그리움으로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회상해보고 싶다. 


나는 말이 없고 내성적이어서 주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았던 학생이었지만 청소시간이 되면 내가 맡은 구역은 물론 걸레 빨기, 쓰레기통 비우기 같은 일을  했었다. 그러한 모습이 기특했던지 나를 무척 사랑해 주셨고 선생님의 사랑과 정성에 감동해  ‘이 다음에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었다.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함께 공을 차서 상수리처럼 잘도 굴러 다닌다고 ‘상수리 선생님’ 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야, 저기 상수리 떴다.”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면 “그래, 상수리하고 축구시합 한번 해볼까?” 라고 농담을 하시며 무례한 행동에 개의치 않으셨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다정다감 하셨던 선생님이 숙제나 일기장 검사를 하시면 갑자기 호랑이 선생님이 되셨다. 국어 시간에는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슬리퍼로 교실 바닥을 “쾅”하고 구르시면 깜짝 놀라서 엉엉 울거나 며칠간 혼자 화장실을 못 가기도 했었다. 

담임선생님께 배운 귀신 이야기를 가끔 써먹어보지만 별로 놀라거나 감동하지 않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의 이야기 솜씨를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운동장이나 교실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얼른 주우셨고 청소시간에는 빗자루나 대걸레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청소도 하셨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친구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쓰고 친구의 좋은 점을 발견해 칭찬해주라고 말씀하시고, 올바른 행동을 하면 일기장에 칭찬 편지를 써주셨다.

졸업식 날, 우등상으로 사전이나 공책 같은 상품 대신 흰 봉투 한 장을 받았다. 봉투 속에는 빳빳한 천 원 권 지폐 3장이 들어 있었다(당시에는 큰돈으로 기억됨).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제자를 위해 우등상이란 명목으로 장학금을 주셨다. (돼지 새끼를 키워서 학비에 보태라는 뜻으로 '돼지 장학금'으로 불림) .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그러하셨듯이 아빠 같고 삼촌 같은 부드럽고 편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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