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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박대통령은 3명의 피고인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대통령은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서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 및 특검조사를 받는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박대통령은, 그러나 유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만든 환상의 집”이라며 검찰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2차 사과에서 밝힌 ‘성실한 검찰조사’가 거짓말이 된 셈이다. 다만, 유변호인은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 중립적인 특검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탄핵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된 가운데 박대통령은 3차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회가 정해준 대로의 진퇴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아 아직도 즉각 하야를 한목소리로 외친 전국 190만 촛불민심을 모르는 모양이다. 정말로 “5천만이 달려들어도 하야 안할 것”이라는 김종필 전 총리의 말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쯤되고 보니 절로 떠오르는게 있다. 1987년 6⋅10민중항쟁으로 어렵게 쟁취한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를 뽑은 일이다. 또 그로부터 25년 동안 이룬 민주화가 얼마인데 그것이 무참하게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참 이상한 나라가 그것이다.

그때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1577만 3128명은 무엇에 단단히 씌었거나 홀렸던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길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이라 할 수 없는 온갖 악행과 추문들이 화수분처럼 솟구치는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뽑을 수 있었겠는가.

어느 것 하나 억장이 무너지지 않는게 없지만, 특히 그 ‘찌질함’은 압권이라 할만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개인적인 복수에 악용하는 대통령의 저급하고 편협한 발상과 수준에 말문이 막힌다”는 신문사설이 말해주듯 박대통령의 찌질함은 곳곳에서 추잡한 민낯을 드러낸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찌질함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하지만, 다른 것도 만만치 않다.

가령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성명서에 이름 한 줄 올린 사례까지 샅샅이 훑어 거부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국립대 총장 임명 거부가 그것이다. 세월호를 비롯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등 이런저런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에 대한 훈⋅포장수여 배제 따위도 있다. ‘그러려고 대통령 했나’ 의구심이 절로 솟구친다.

세상에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는 일은 또 있다. 피고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대회 2등 성적을 둘러싼 대통령 대응이 그것이다. 문체부 조사에서 최씨와 승마협회쪽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서를 올린 국⋅과장 등을 “나쁜 사람”이니 “아직도 그 사람이 있어요”라며 애먼 공무원을 몰아낸 그 사건 말이다.

박대통령은 정유라 친구 부모 기업까지 손수 챙겨주느라 사기업인 현대자동차에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최씨는 현대자동차에 10억 6,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한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00만 원짜리 명품백 등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 공소장 내용중 일부이다.

과연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다시 떠나질 않는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D코퍼레이션은 알려진 게 거의 없는 회사로 전해졌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가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대기업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업체를 잘 봐달라고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도 박대통령은 3차 담화문에서 여전히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강변한다. 사익은, 그러나 검은 돈 챙기기의 재물 취득만을 뜻하는게 아니다. 위에 든 내용에서 보듯 측근이 원하는 어떤 것을 위해 대통령이 움직이고 마침내 그걸 얻게 했다면 그것도 사익 추구라 할 수 있다. 진짜 국민을 사표내고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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