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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생각하는 갈대의 향기

순천만 습지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계절따라 옷을 갈아입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위로를 준다.  일상에서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갈대숲을 찾으면 온갖 잡념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 흔들리는 갈대는 '갈대의 순정,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머릿속에 내재된 언어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가끔 시간이 나면 갈대숲을 찾는다. 파스칼은 이같이 인간이 사소한 것에도 흔들거린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인간을 '갈대'에 비유했을 것같다.

 

인간은 삶의 모든 여정에서 갈대처럼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깊게 내린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갈대처럼 흔들리며 생각을 바꾼다. 이처럼 생각을 바꾸는 존재이기에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사회는 진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나쁜 생각이 뇌를 덮쳐버리면 인간은 악마가 될 수도 있지만 선한 생각이 사로잡으면 천사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우리 가슴에 다가온다.

 

세상은 지금 대통령의 탄핵문제로 시끄럽게 흘러가지만 아름다운 기부로 세상을 밝힌 사업가가 있어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훈풍이 되고 있다. 광주에서 50대 사업가가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현금 1300만 원에 웃돈 3700만 원을 얹어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돈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30대 자영업자도 감사의 표시로 받은 200만 원을 기부해 감동을 더했다. 착한 천사같은 사람 덕분에 돈을 되찾은 이 씨는 무척 기뻤지만 이내 1300만 원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사업가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되찾은 돈에 3700만 원을 보태 5000만 원을 자신이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북구 새마을회에 기부했다. 

 

이같은 행동 변화에는 생각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세상에는 따뜻한 분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분이 찾아준 돈을 뜻깊은 곳에 쓰고 싶었다”는 게 기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 이날 밤 이 사업가는 돈을 돌려준 박씨에게 사례금으로 2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박씨도 봉투를 받아 북구 새마을회에 홀몸 노인들의 김장 비용으로 써달라며 맡겼다. 박 씨는 “사례금 또한 제 돈이 아니다”며 “되찾은 돈에 웃돈까지 얹어 기부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소식을 듣고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는 돈이 많아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하여 남의 것까지도 빼앗는 세상인데 이처럼 생각하는 갈대의 향기가 탄핵정국으로 얼어붙은 한국사회를 훈훈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시민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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