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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역사학자 이덕일을 도서관에서 만나다


 

순천시는 인문학 강좌로 매월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역사는 미래학이며, 거울이다. 잘 못된 것을 알면 지우고 지나가야 한다. 역사가 우리의 시대를 말한다.  12월의 마지막 강좌는 15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역사학자 이덕일이 강단에 섰다. 그의 저서는 '칼날 위의 역사'다. 이 책은 이덕일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인사 등 사회 각 분야별 현안에 대해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역사는 인류가, 우리 선조들이 살아왔던 길의 집합이자 삶의 총체이다. 따라서 온갖 퇴행이 판을 치는 ‘헬조선’에서 빠져나오려면 역사가 주는 여러 선택지를 확인해보고 수정해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저자는 노비와 비정규직, 광해군과 불통, 왕의 시간과 대통령의 시간, 군적수포제와 담뱃값 인상, 류성룡과 총리 잔혹사 등 조선과 대한민국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역사의 데자뷔를 실감케 함으로써 역사가 ‘살아 있는 오늘의 반영’임을 알려준다. 또 이를 통해 용렬한 군주의 초상에서는 반면교사를, 강직하고 오로지 백성만 생각한 신하들의 모습에서는 우리 시대의 멘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강의 중 강조한 주요 사항은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과제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학계에는 식민사관의 뿌리가 깊게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체제 자체가 비정상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임명하는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 조선의 국가 시스템보다 현재 인사시스템이 창피한 요소가 많다.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대통령의 비선 측근  때문에 옷을 벗었다면 원칙과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문이 퍼진 것만으로도 정부는 도덕성과 신뢰를 잃은 것이다.

 

국가통치에서 유학사상의 근본은 하늘이 백성을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제도적으로 천명을 받은 왕이결코 혼자서 통치를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군신관계를 통하여 공동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조선을 봉건시대라고 과거의 통치조직으로 간단하게 규정하지만 구조적으로 권력의 견제구도가 엄격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선은 사헌부와 사간원으로 구성한 양사와 홍문관을 포함한 삼사가 왕의 횡포를 막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대통령의 7시간'에 관한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게 됐는가를 우리 역사에서 찾아보면 답은 간단하다. 사관 2명이 있어 왕의 일정을 모두 기록하면서 국정을 처리했듯이 만일 대통령의 일상을 기록했더라면 결코 이같은 답답한 청문회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조선시대 왕의 독대는 금지됐으며, 승지와 사관의 배석과 기록이 필수였다. 유명한 독대로는 기해독대와 정유독대가 전하여지고 있다. 정유독대에 대한 기록으로 "독대는 상하가 서로 잘못한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어찌 상국(정승)을 사인(私人)으로 삼을 수 있으며 대신(이이명) 또한 어찌 여러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지위로써 임금의 사신(私臣)이 될 수 있습니까?(숙종실록 43년 7월 28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기억하여야 할 것은 선비들이 가진 선비정신이다. 선비정신이란 도에 뜻을 둔 사람으로, 낡은 옷과 거친 밥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는 더불어 도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역사교과서를 통하여 배운 율곡의 '10만 양병론'이나  송시열의 북벌 주장 같은 사안들은 역사상 자료를 망원경과 현미경이라는 도구를 갖지 않고  본 기술의 오류이다. 역사문제는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어느 것이 실제이고 타당한가를 끈질기게 묻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찾게 된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를 통해 단지 하나의 이론만을 교육시키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의 반성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논란이 된 국정교과서 문제는 교육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시대에 매우 역행하는 것이다.

 

다음 강의는 2017년 1월 19일에 황교익(작가, 맛칼럼니스트)의 '본능의 맛, 문명의 맛, 인문의 맛'이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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