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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스스로 큰 인물이 되는 노력하기를 바라며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이 눈에 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감을 실감하는 시간이다. 그 가운데서 나를 둘러싼 만남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에게 서운하게 한 적은 없었는가를 비롯해, 눈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들도 그려본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수능결과가 나오면서 대학에 합격한 제자들의 소식이 카톡을 타고 들어온다. 약 3년 전에 순천여중을 다닌 학생인데 학생회 대표로 연수단이 돼 일본에 함께 간 적이 있다. 이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만남 가운데 이처럼 좋은 결과를 알려주는 일은 나의 뇌에 엔돌핀을 선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합격 축하 밥을 사겠다고 전했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에게 고교 3년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다. 그래서 가끔 카톡으로 공부하는데 힘들진 않은지 안부를 물었다. 이 학생은 "여러 가지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학교생활을 잘 했고 이번에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통화 가능하실 때 문자 남겨주시면 연락드릴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처럼 좋은 일이 생겨 서로 기쁨을 나누는 일이나 궂은 일 만나 함께 걱정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대통령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가 확산되어 관련 서적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 학생이 오늘날 처럼 혼탁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인물이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물이 되는 노력을 해주길 기도할 뿐이다. 한 여인의 국정 농단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급물살을 타자 헌법을 소개하고 의미를 찾는 ‘지금 다시, 헌법’을 비롯해 사회 문제에 맞서 싸우라고 호소한 ‘분노하라’,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한국이 싫어서’ 등의 판매가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순수한 앎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변화하는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공부가 나쁜 게 아니다.  이 학생이 바라는 외교관의 꿈을 꼭 이루기 바란다.  이제 자기 목표를 정했으니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고 공부하기를 소망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자신만의 출세를 위한 이기적인 공부를 강요하는 게 문제다. 그런 시각이 확장되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커진다. 이런 경향은 소위 ‘가방 끈이 긴’ 사람이나 각종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 같다. 


요즈음 권력이 너무 커서 국민의 세금으로 밥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권력을 이용해 단지 나와 내 가족만 잘 사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결코 아니다. 이 세상 사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배려하면서 법이 잘 지켜지고 정의롭게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큰 인물이 되어달라는 내 소망을 한 학생의 가슴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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