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공직자가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할 질문

최근 한국 정치가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다수 국민들은 현재 진행되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공직자들의 무책임함과 신뢰가 가지 않는 증언, 그리고 국민의 세금이 딴 통로로 흘러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 나라의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도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 살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일이 주를 이룬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이 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예전보다 우리 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밥 먹고 살아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 요즘은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불안정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

 

이에 오늘도 이 세상에는 밥그릇을 찾기 위해 어려운 일을 당하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밥 그릇은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자가 만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아직 어리지만 '밥값을 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했다. 그만큼 밥이 중요하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삶을 통하여 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학은 '밥이 하늘'이라고 했고, 하늘이 사람이고, 하늘이 밥이라 주장하였는데 오늘날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있기를 기원하면서 교회와 성당을 통해 찬송가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마음은 기쁘지도 않고 평안하지도 않은 사람들,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금의 삶이 힘들지만 두려워 말라"고 했다. 일자리가 없으면 인간의 존엄성도 없다"고 했다. 그는 "주님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소서 우리에게 일자리를 위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우리에게 밥을 주소서'는 '우리에게 밥을 얻기 위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와 같은 말이다. '밥을 위한 일자리를 위한 싸움'은 하늘의 뜻이고 사람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는 의미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하는 싸움만이 아닌 책상 위에서 싸우는 싸움이 더 진정한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이 힘든 것은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밥을 더 많이 받으려는 욕망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임직원들까지 포함한 공직자들은 마음속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이, 즉 봉급은 물론 자신들이 업무를 위해 쓰는 경비까지 국민이 내는 ‘혈세’로부터 나온다는 인식이 얼마나 있을까? 납세자들이 낸 공적 자금을 빼돌려서 쇠고랑을 차는 몰염치한 공직자들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마치 자신이 그 돈을 베푸는 것인 양 착각하는 행동을 하는 공직자들(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가.

 

돈은 베푸는것이 아닌 국민이 낸 혈세이다. 납세자에 대한 책임감은 결코 정치 지도자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평생 자신의 직업과 소득을 보장해 주는 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공직자는 같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과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국민이 낸 세금을 그 뜻에 맞게 그리고 낭비 없이 쓰고 있는 지 매일매일 마음으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까지 길을 잃어서는 과거에 쌓은 공적이 모두 허사가 된다.

 

훌륭한 경력을 쌓아온 고위 공직자들일수록 이런저런 업적을 내가 했노라 자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 또한 그 당시 납세자들을 포함해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분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자신만이 칭송 받기를 원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 가끔 낯 뜨겁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자리가 없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이 고위 공직을 희망한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단테의 '신곡'이다. 신곡에 나오는 표범과 사자, 늑대를 만나면 피할 줄 알아야 한다. 단테는 대중 앞에서 군림하고 싶은 욕구, 사자를 만났기 때문에 길을 잃게 된 것이다.

 

공무원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돈을 쓸 권한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을 가슴에 안고 있어야 한다. 왜 이 중요한 돈을 써야 하는가? 누가 봐도 정당한 방법으로 쓰는 돈인가? 내가 이 업무를 감사한다면 상대를 설득할만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가이다. 이것이 바로 공무원이 밥값을 제대로 하는 길이요, 길을 잃지 않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