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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새해
 
                                                     구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意識)은
이성(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忠直)과 일치(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勞動)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祈禱)는 나의 일과(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
 
<시 감상>
 
우리는 시간을 쪼갠다. 초 단위, 분 단위, 시간 단위로 시간을 나눈다. 또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 한달 단위, 그리고 일년 단위로 나누기도 한다. 시간은 곧 인생이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꿈꾸고 성취하고 행복을 추구하다가 미완성인 채로 삶을 마감한다. 무한한 시간 속에 우리가 생존하는 기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이 연장된다고 해도 80년 안팎이 고작이다.
 
그 기간을 사는 동안 어떤 이는 큰 업적을 세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무의미하게 삶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런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의 모습을 가장 나답게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 단위가 일 년이다. 일 년이라는 기간의 일 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하루, 일주일, 한 달의 시간 단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하여 구상(具常) 시인은 일 년이라는 시간 단위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알아보자. 경제적 윤택이거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염원하는 내용보다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정신생활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이라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시인이라 그렇다고 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삶의 여건은 물질적인 여건에 앞서 정신생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에서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첫째, 3연의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는 구절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거듭나야 거듭난 세상을 비로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눈에 띠는 대목은 4연의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일 따름이다” 하는 구절이다. 기쁨과 슬픔을 우리 인생의 흐름과 함께 하는 가장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을 유지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한다. 천국에도 스트레스는 있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 행복과 기쁨으로만 언제나 충만해 있을 수는 없다. 슬픔과 고통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일 뿐이라는 것을 시인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구절 눈에 띠는 것은 6연의 “꿈은 나의 충직과 일치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쫓고”하는 대목이다. 꿈은 곧 충직이란 말은 꿈이 신기루처럼 멀리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충직한 일상이 곧 꿈이라는 뜻이다. 충성스럽고 올곧은 생활, 그것이 바로 새해에 시인이 목표로 하는 꿈이 되는 것이다. “줄기찬 노동으로 고독을 쫓고”하는 구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닥쳐오는 고독은 노동으로 쫓아낼 수 있다는 것으로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이 삶을 활기차게 하고 나태와 권태를 불러올 수도 있는 고독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