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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머니, 그리운 그 이름 불러봅니다

사모곡 ‘끝나지 않은 잠언’ 출간한 박학범 인천선학초 교장

白壽 앞둔 모친에게 바치려
헌신의 삶 기리는 글 옮겨
책 나온 후 3개월 뒤 소천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병상의 어머니를 위한 ‘사모곡’을 출간해 감동을 주고 있다.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받아든 모친이 행복한 웃음과 함께 얼마 뒤 눈을 감은 사연까지 더해져 주위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박학범(61) 인천선학초 교장은 백수(白壽·99세)를 앞둔 어머니의 헌신과 삶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9월 중순 ‘끝나지 않은 잠언’을 펴냈다. 그러나 책을 손에 쥐어드린 지 3개월 만에, 백수를 보름 정도 앞둔 12월 15일 어머니는 소천하고 말았다.
 
3일 인천선학초 교장실에서 만난 박 교장은 "평소 진지도 잘 드시고 잘 생활해왔기에 백수는 무조건 채울 것으로 예상했는데…"라며 "더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고 있었지만 지난달 초부터 갑자기 건강상태가 나빠지더니 눈을 감으셨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박 교장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2015년 어버이날이었다. 백세는 여유 있게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모친의 거동이 갑자기 불편해져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날,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박 교장은 "입원 수속을 하는 순간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어머니를 그냥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기가 안타까워, 그 위대한 정신을 후손과 주위에 알려주고 싶어 곧바로 집필에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분초를 다퉈 어머니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있다는 마음에 간혹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1년 여 틈틈이 글을 써오며 작년 9월 15일 추석명절, 생생하게 추수한 책을 들고 고향에 달려갈 수 있었다. 책을 기념하는 전지 크기의 현수막도 만들어 봉정했다. 책을 받아든 어머니의 표정은 살아생전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남았다.
 
박 교장은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당신의 흔적을 알아주고 고마워해주니 연신 파안대소를 보이셨다"고 회상했다.
 
박 교장에게 모친은 움직이는 교과서이자 인생보감 그 자체였다. 경제능력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생활비를 벌어오며 7남매를 길러낸 어머니, 당신이 자식들에게 몸소 보여준 희생과 헌신의 결과물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3·1독립운동의 해인 1919년 태어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무수히 고달픈 시절을 보내면서도 늘 긍정 가득한 얼굴 표정으로 자식들을 대하며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박 교장은 "그 어려운 중에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의 달인이었고, 어머니 앞에 불가능이란 없었다"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모친이 삶으로 가르친 그대로를 받아들인 박 교장 역시 교육계의 소문난 면학파로 통한다. 국정·검인정 음악교과서 네 권을 만들고 음악교육 저서 두 권도 냈다.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해오며 한국교총이 주최한 전국현장연구대회에서 1989년, 1991년 두 차례 1등급을 받았다. 부임하는 학교마다 학생 및 학부모 합창단을 운영하는가 하면, 다문화 일곱 빛깔 무지개 합창단, 도서벽지 관현악 앙상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교장은 이 책이 학생들에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효도가 과연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판매되자 초등학생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동화로 엮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책 인세의 일부는 독거노인 생활안정 지원 사업에 쓰이고 있다. 그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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