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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자기소개서 수업 걱정된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전형 비중이 커지면서 자기소개서 작성이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과 합격생의 자기소개서를 담은 도서가 인기를 끈다.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고액의 컨설팅을 하는가 하면, 아예 대필까지 하면서 비용이 치솟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기소개서에 매달리는 이유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4년제 대학 전체 수시 모집 선발 비율이 73.7%로 전년도에 비해 또 늘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자기소개서가 반영된 전형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소개서는 애초에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출발점이다. 즉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대학수학능력 시험 위주의 입시 체계를 극복하고, 학교생활 전체를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가자는 선진화된 선발 방식이다. 그런데 자기소개서가 입시 부담의 핵으로 떠오르고 사교육의 주범이 됐다.


이렇게 되자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자기소개서가 입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일부 학교에서 겨울방학에 방과후활동으로 자기소개서 작성 특강반을 개설하고 수업을 집중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된다.


자기소개서 특강반은 방학 기간 집중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공통 양식에 맞춰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 배움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정리하고, 다시 각각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쓰는 연습을 한다. 자료 수집과 구상, 개요 작성, 그리고 문장으로 기술하는 일정으로 수업을 한다. 자기소개서를 계속 쓰면서 퇴고를 하고, 마지막 첨삭까지 한다.


입시 전문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대입 수험생 10명 중 8명은 수시모집 자기소개서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현실적으로 고교생 혼자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기소개서 작성 도서 등을 참고로 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특강반을 개설하고 겨울방학 내내 자기소개서 쓰기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방학 내내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오랜 기간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수험생의 학교생활을 소개하는 문서다. 학교생활부에서 발견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학습 경험을 기술하면 된다. 여기에는 특별한 미사여구보다 학교생활 동안 자기 경험을 진솔하게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생각과 꿈을 만들어가는 열정이 드러나면 된다.


자기소개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서울대는 학생부가 유일한 평가 서류이고 자기소개서는 참고사항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도 자기소개서는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고 수시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생활이 우선이다. 학교 교육과정에 열심히 참여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성과도 나타난다. 어려운 전공 서적을 읽었다는 자기 과시를 쓰기 위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는 것보다 전공 분야를 향한 탐구 과정과 학업 역량을 보여주면 된다. 대학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금 쌓은 스펙보다 잠재능력을 보려고 한다. 학교생활을 성찰하고, 진로를 고민했던 경험을 진솔하게 기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강반에서는 유명 대학에 합격한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를 사례로 들며 수업을 한다. 이들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남다른 성과도 보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 서류를 보는 수험생들은 이 성과가 부럽고, 자기와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는 쓰지 못하고, 정형화된 사고와 관점을 흉내 내고 마침내 표절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면 결국 자기소개서를 화려하게 꾸미려는 욕심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학교생활에 나를 헌신해야 한다. 결과가 나쁘다고 자책하는 것도 금물이다. 남의 성과를 보고 열등감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 과정이 자기소개서에서는 빛나는 자신의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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