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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월요논단] '준법' 말하기 전에 '법교육'부터

지난 가을부터 세간에 ‘헌법’이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연일 ‘헌재’라는 단어가 언론을 장식한다. 서점에는 헌법만 수록한 얇은 책도 있고 판례별 헌법도 나와있다. 자크 데리다는 '법의 힘'에서 초반부터 의미심장한 개념을 정리한다. 법과 정의, 힘과 정당성을 하나의 범주에 두고 이들의 결합에 대하여, 혹은 결합하지 못할 때 법의 권위는 어떻게 발생하는 지를 이야기한다.

독일, 초등 졸업 후 기본법부터 체득

독일에 거주하는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씨에 따르면 독일은 초등학교(4년학제)를 졸업하면 독일의 기본법은 터득한다고 한다. 독일교육은 수업방식이 심층적이며 실질적으로 이루어 질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학교가 상호협력적이다. 학생과 관련한 사안을 국가·사회·학교가 교육적으로 접근해 기본법을 체득하게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초등교육과정에는 생활과 밀접한 법 교육이 없고 경제교육과 독서교육도 미흡하다. 법이 무엇인지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예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의 행동발달평가에 준법정신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과거 교감자격연수를 받던 시기에 노동법의 일부분을 강의하던 한 강사가 “교장, 교감이 법을 너무 모른다”고 성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발령을 받아 학교현장에 나온 우리는 실질적인 법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법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부터 법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많은 난관이 있기는 하겠지만 법·경제·독서 중 1개영역을 2년에 걸쳐 창의적체험활동으로 배정해 실질적·지속적으로 학습하게 하면 효율적이리라 생각한다. 기본법을 소책자로 만들어 개괄적인 내용을 배운 후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사법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을 하거나 판례를 수집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체득이 빠를 것이다. 

창체 활용, 2년간 지속 교육해야

법을 알지도 못하면서 모의법정 흉내를 내려고 하니 교사가 써준 시나리오를 그대로 외워서 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일이 많다. 학교에 따라 재능기부를 통해서 현직 검사나 판사를 초빙해 일회적 강의를 하거나 단시간 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지속성이 없고 수동적이므로 효과가 미미하다. 과제활동에 대해서도 수행여부만 확인할 뿐 개인별로 사후지도가 없다. 

자율·동아리·봉사·진로로 이루어진 현재의 창체는 계획은 겉으로 그럴 듯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실 정리나 우유급식 바구니 가져다 놓은 것을 봉사활동이라고 기재하는 것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사회에서 써먹을 게 없다는 말이 세간에 떠돈다.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입시용 수업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좀 더 생활과 밀착하는 것, 사회에 진출했을 때 충분히 활용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이러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교육사례들이 그렇다. 

독일학생들은 집에서 나누는 대화에서조차 '헌법 제 몇 조 몇 항'을 전제하며 논리를 편다는 독일거주 한국인 가이드의 말은 우리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법을 알지 못하는데 준법정신을 강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법을 모르면서도 지금껏 법을 지키며 살아 온 것은 암암리의 관습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정말 법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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