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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늘 의연하게 도전하는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울산의 모자리자 스마일’ 양수기 울산서여중 교장

학력우수·기초미달제로·방과후학교대상 등 다관왕
3년간 결실 맺은 졸업생에게 감동의 한마디 ‘눈길’
"늘 눈높이 맞추며 ‘시대 맞는 인재’ 고민한 결과"


"중학생이 고등학생까지 제치면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여러 분야에서 의연하게 도전하는 여러분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양수기(62) 울산서여중 교장의 졸업사가 지역 내외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교육소신을 믿고 따라와 적지 않은 결실을 거둔 학생에게 고마움과 찬사를 동시에 보낸 양 교장의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양 교장은 지난달 초 졸업식에서 "지난 3년간 수업, 독서, 방과후학교, 동아리, 축제 등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해 즐거이 최선을 다한 결과 금년에도 학력우수학교, 기초미달제로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고 우리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교육부 선정 전국 100대 학교로 뽑혔다"며 "이 같은 성공을 경험한 여러분의 앞날에 밝고 희망찬 미래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지난 한 해 울산서여중은 교육당국의 성적우수 표창은 물론 펜싱대회, 일본어연극발표대회, 통일탐구 토론대회, 스피치대회, 백일장, 미술공모전 등 지역 내외에서 열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는 양 교장이 추진한 ‘꿈·끼 교육’의 성공과 맞물린 결과로 회자되고 있다.
 
양 교장이 2014년 9월 부임할 당시 울산서여중은 학구열 높은 지역 내에서 명문으로 꼽혀 인근 지역에서까지 진학 희망자가 몰렸다. 이 때문에 타 지역 학생들의 비중이 높고, 교과 교육에 치우친 학사 일정이 늘 마음에 걸렸다.
 
부모님이 짜놓은 일정과 사교육에 의지하는 수동형 인재보다 자신에 맞는 분야의 실력을 스스로 갖추는 미래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소신이 발동했다. 그래서 양 교장은 ‘공부만 잘하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는 학교’로의 변모를 꾀했다. 

양 교장은 "2008년 일본 출장에서 정규교과가 끝난 오후 3시부터 특기적성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난 뒤 우리 교육도 이런 식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3∼2007년 시교육청 과학정보기술 업무를 담당하고 2012~2014년에는 미래인재교육과 과장을 거치면서 글로벌 미래인재 육성과 관련한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립한 경험이 있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양 교장은 한 명의 학생이 예체능, 컴퓨터, 외국어 등 두 가지 이상의 특기를 가질 수 있게끔, 그것도 남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학년 수준별 과정을 운영했다. 성적우수 학생과 부진 학생을 골고루 참여시키는데도 신경썼다. 교과 프로그램도 토론, 심화 중심으로 바꿔나갔다. 종전 3개 반에 불과했던 특기적성반은 25개까지 확대됐다. 그 결과 전교생이 학습 만족도는 더 높아졌고 성적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장이 포착됐다.
 
직전 학교인 무룡중에서도 양 교장은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교육복지투자우선(교복투)지역에 속한 무룡중은 연 1억 원 넘는 지원금을 생활용품과 영양제 등으로 지원했었다. 하지만 양 교장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먹을 걸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실력을 쌓게 해주고 내면을 가꿔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 특기적성 위주의 방과후학교,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리더십 프로그램의 경우 우수강사를 재능기부로 유치하고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1박2일 캠프를 진행한 것으로, 학업 우수 학생과 부진한 학생이 적절히 섞이도록 하는 일종의 ‘소셜믹스(social mix)’ 개념으로 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교복투 우수사례 상까지 받았다. 양 교장은 "특기적성교육은 우수학생이 열외하면 전체 참여율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적별로 골고루 참여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양 교장 특유의 리더십도 한 몫 했다. 매일 몇 통씩은 팬레터를 받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그는 사실 평교사 때도 늘 학생 입장에 서서 함께 고민하고 물심양면으로 돕는 ‘울산의 모나리자 스마일’로 통했다.
 
이에 대해 양 교장은 "교사의 본분으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 거창하게 한 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초임 당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다보니 어느 한 과목에서 교재연구를 잘못해 실망스러운 수업을 한 일, 그리고 20년 전 진로상담의 중요성을 간과해 애제자가 전공 선택을 잘못한 일 등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점검하는 철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학습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옳은 길을 가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해야 할지 등을 독서와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익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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