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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연기자들 극중대사 발음 정확해야

최근 방송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는 판타지 로맨스로 제법 인기를 끈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20회 전부를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재미나 황당한 전개는 다 그만두고 어찌된 일인지 연기자들 대사의 발음상 오류를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담배 꽁초 주서(주워)”(2016.12.7. 7회), “청소를 깨끄치(깨끗이) 하라고”(2016.12.22. 12회), “얼굴들이 나시(낯이) 익어”(2017.1.19. 19회) 등이다. 각각 성동일⋅전지현⋅문소리 대사인데, 이것들은 ‘주워’, ‘깨끄시’, ‘나치’로 발음해야 맞다.

MBC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가령 MBC 월화특별기획 ‘불야성’을 보자. 1월 24일 종영한 ‘불야성’엔 “완전 깨끄치(깨긋이) 입었어”(2016.11.21. 1회)라든가 “세진씨도 그것 때문에 밤나스로(밤낮으로)”(2016.12. 3. 14회) 따위 발음상 오류가 보인다. 각각 유이와 진구의 대사인데, 밤낮으로’는 ‘밤나즈로’라 발음해야 맞다.

또 지난 해 11월 15일 막을 내린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보자. 어찌된 일인지 첫 방송에서부터 주인공 차금주 역의 최지우는 ‘깨끄시’로 말해야 할 ‘깨끗이’를 ‘깨끄치’로 발음한다. 12부(2016.11.7)에서는 ‘비즐’로 해야 할 ‘빚을’을 “비슬 갚는게 될테니까”로 발음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KBS도 예외가 아니다. ‘태양의 후예’처럼 사전제작에 중국과 동시방송 등 2016년 하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를 보자. 2016년 9월 8일 막을 내린 ‘함부로 애틋하게’는 주인공 신준영 역의 김우빈이 ‘깨끗이’를 ‘깨끄치’로 군데군데서 발음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케이블 방송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tvN의 20부작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5’를 보자. 지상파까지 통틀어 시즌 15까지 방송된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데도 정지순의 “깨끄치 세차 좀 해놨습니다”(2016.12.26. 17회) 따위 오류가 있다. 2007년 4월 20일 방송을 시작, 무려 10년을 이어온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는 2006년 개국한 tvN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만데도 그렇다.

이미 끝난 드라마들만 그런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령 MBC 주말 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서도 그런 오류가 발견된다. “학자금 대출 받았으면 비츨(빚을) 갚아야 할 것 아냐”(2016.12.4. 8회)하는데, ‘비츨’이 아니라 ‘비즐’로 해야 맞다. 혹 깡패 역 엑스트라 대사여서 맞춤법이 틀려도 상관없다는 안일한 생각인가.

SBS 드라마스페셜 ‘사임당, 빛의 일기’도 그렇다. 가령 주인공 사임당 역의 이영애가 아들에게 “우리 은수는 어떤 꼬시(꽃이) 제일 좋아?”(2.9. 6회)라고 묻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꽃이’의 올바른 발음은 ‘꼬치’이다.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도 마찬가지다. 기표 엄마 역의 정경순은 아들에게 “깨끄치 잊고 내려가자”(2.11 49회)고 말한다.

위에 든 사례에서 단골로 등장한 발음상 오류가 ‘깨끄시’가 되어야 할 ‘깨끗이’다. 별도의 교육이라도 해야 할 만큼 광범위하고 심하다. 연기자들의 소양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지적할 것이 있다. 생방송도 아닌 드라마에서 연기자들의 그런 발음상 오류가 바로 잡히지 않은 채 방송되는 것은 작가나 PD의 무성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본리딩 등에서 바로잡아줄 수도 있어서다.

평생을 우리말 살리기 및 글쓰기 교육운동을 해온 고 이오덕은 “방송말이 온 국민의 말을 이끌어간다. 에누리없이 방송인들은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비단 앵커나 아나운서, 기자들의 방송멘트만을 이른 것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지적을 해야 하는지 한심스럽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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