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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이가 들수록 식물이 좋아지고 부쩍 친근감이 든다. 앙상했던 가지에 좁쌀만한 꽃망울이 돋고 양지녘엔 파릇한 새싹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새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리포터가 사는 아파트에도 집안 곳곳에 아기자기한 화분과 꽃들이 잘 정리돼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잎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고 영양제를 투여하고 물을 주는 등 애지중지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가장 아끼는 안시리움화분에 진딧물이 끼기 시작했다. 잎과 줄기는 물론이고 바닥에도 끈적한 액체가 잔뜩 떨어지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진딧물이 생겨 화초의 진을 빨아먹기 시작하자 싱싱하던 잎과 줄기는 어느새 시들해지고 맥을 쓰지 못했다. 아내에게 말하니 시장에 있는 꽃집에서 진딧물 죽이는 살충제를 사다가 살포하면 된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고민이 됐다. 집안에서 살충제를 분무하면 인체에도 해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필자가 직접 손으로 진딧물을 잡아 없애기로 했다. 진딧물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독한 마음으로 진딧물과의 한판 전쟁을 선포했다.

우선 커다란 볼록렌즈로 잎사귀 표면을 살펴보니 모래알 같은 작은 진딧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물티슈로 표면을 닦으며 진딧물을 모두 쓸어냈다. 수십여 개에 이르는 잎사귀마다 일일이 손으로 쓸고 물로 닦아냈다.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하자 안시리움은 제법 예전의 싱싱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안시리움은 또다시 시들시들하니 맥을 추지 못했다. 잎사귀 표면과 줄기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진딧물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잎사귀를 뒤집어보았다. 그러자 진딧물은 잎과 줄기가 만나는 굴곡진 부분에 새까맣게 숨어 있었다. 자세히 관찰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은밀한 곳이었다. 잎 표면에 붙어 있는 진딧물을 제거하기 시작하자 진딧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모두 잎 뒷면으로 숨어버린 것이었다. 잎 뒷면 안전지대로 숨었다는 것은 그 하찮은 진딧물이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뜻이었다.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리포터는 이 같은 진딧물을 보며 생명의 강인함과 경외감마저 느꼈다. 하찮은 곤충조차 자신의 생명이 경각에 처하자 이토록 처절하게 살 궁리를 꾀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 사람들은 어떤가. 어떤 일에 쉽게 좌절하고 절망하고 그리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악바리근성이 없다. 악착같이 덤벼드는 투지와 오기와 고집이 부족하다. 마치 온실 속의 화초와 같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에 노출되면 금세 시들시들해진다. 그래서 너무나 안타깝다. 진딧물처럼 주어진 여건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진딧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우리 인간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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