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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왜 공부해야 하는가

인간의 운명,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인간의 삶은 결국 운명과 노력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가.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좋은 음악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음악시간에 오르간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한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가끔 옆 반 선생님의 수업을 받곤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음악을 좋아한다. 그만큼 음악은 나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노무라 소지로의 '철새는 날아가고'가 가슴을 스쳐간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 하모니카 연주를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방송을 통해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를 하모니카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 클라리넷 음색에 뒤지지 않는 도입 부분부터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인터넷의 덕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가 인터넷 속도에서 세계 1위라니 뭔가 알고 싶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아닌가!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인터넷에서 만났으면 더 좋겠다. 다른 쓸데 없는 영상과 자료에만 몰두하지 말고....

 

인터넷은 참 좋다. 내가 굳이 국립극장에 가지 않아도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에서 국내 최고 하모니시스트로 평가받는 전제덕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에 이끌려 나와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태어나 보름 만에 시력을 잃었다. 아마도 세상에 대한 울분으로 폭발 직전이던 소수자 청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1996년 라디오에서 우연히 전설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만스의 연주를 접했다. 가슴이 복받쳐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가 흘렸던 눈물을 우리 아이들도 같이 흘렸으면 좋겠다. 더 알고 싶으면 '영혼을 흔드는 한국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을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그는 스승도 없이 오로지 귀에만 의지해 하모니카를 독학했다. 천 번도 넘게 들어 CD가 망가지기도 했다. 한 달에 하모니카 하나를 못 쓰게 만들 정도로 연습했다니, 당시 그의 입술은 어떠했겠는가! 취업을 하지 못해 울분을 품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프다. 이들이 전제덕처럼 도전해 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전제덕이 등장해 울분을 예술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면 좋겠다.


나아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던 마음 아픈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고 벅차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함께 화합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장애를 보았지만 인터넷은 그의 재능을 세상에 알렸다. 누군가가 지금 뭐가 안된다고 절망한다면 전제덕이 어떻게 하모니카를 독학했는가를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이런 경험은 자신 만의 삶의 방법을 만들어 가는 좋은 공부법이다.


필자도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하기에 양 손바닥을 비누로 닦고 볼펜으로 단어를 써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고, 교실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왼쪽 호주머니에 단어장을 넣고 다녔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지금 나에게 몇몇 학생들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 하겠느냐고 물어오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고만 묻지 말고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응답이 올 때까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자신에게 물으면서 앞으로 불어닥칠 실업의 시대를 살아갈 무기를 잘 준비하여 주길 바랄 뿐이다. 거기에 분명히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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