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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장 자격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교감생활 끝에 3월 1일자로 교장에 부임했다. 감개무량한 마음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장이 학교에서 챙겨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교장의 자리가 권한만 있고 편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어불성설이다. 
 
교장은 학교 전반과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자다. 학생교육과 생활지도, 교무관리, 교사지도, 교내장학, 학교 시설관리 등은 기본 업무다. 부서 간 업무조정, 교직원의 고충과 구성원 간 갈등 해소, 불만․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와의 상담도 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과 교직원·학생 복지 증진에도 힘써야 한다. 교직원의 능력 계발과 정보교환, 아이디어 개발·제공 역시 중요하게 할 일이다. 
 
급변하는 사회…임무‧역할 더 중요해져
 
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옛날과 사뭇 다르다. 스승 공경 풍토는커녕 실추된 교권으로 교사를 바라보는 학생․학부모의 태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교사들의 교직관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교장의 임무와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확고한 교직관을 가져야 함은 물론 급변하는 주변 여건에 민첩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의 덕목을 갖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인성교육도 할 수 없다. 끊임없는 자기연찬을 통해 관리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런 교장의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자격이 없고 무능력한 교장이 부임하면 학교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정기간 교감 역할을 수행하며 교장을 도와 학교경영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교장의 임무 수행 능력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교장의 중차대한 역할에 대해 프레드 헤칭거(Fred M. Hechinger)가 한 말을 상기해야 한다. “나는 무능한 교장이 있는 훌륭한 학교를 본 일이 없고, 훌륭한 교장이 있는 침체된 학교를 본 일이 없다. 그리고 나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학교가 성공적인 학교로 바뀌고, 유감스럽게도 매우 훌륭했던 학교가 급속도로 침체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 그 각각의 경우에 발전과 침체는 교장의 질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16일 프랑스 남부 알렉시스 드 토크빌 고교에서는 한 학생이 산탄총을 난사해 최소 3명을 다치게 했다. 이 사건이 참극으로 번지지 않은 데는 교장의 역할이 컸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보이자 나자트 발로 벨카셈 교육부 장관은 사건 당일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상자 중에 용의자에게 달려와 설득을 하려고 한 영웅적인 교장이 있었다. 에르브 피지나 교장 덕분에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범인은 설득하기 위해 나선 교장에게 “내가 찾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은 팔에 총을 맞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프랑스 교장 같은 영웅들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봉직하고 있다.
 
무자격 교장은 이권 노린 감언이설
 
최근 일부 교육단체에서 평교사도 지원이 가능한 ‘교장공모제’와 교사·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선출하는 ‘교장선출보직제’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정치판이 아니다. 목소리가 크고 선동에 앞장서는 모리배 같은 이가 교장이 된다면 학교 현장은 암담해질 것이다. 오랜 세월 학교경영의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익히고 검증된 교원이 학교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무자격의 교사가 하루아침에 교장이 돼 학교를 경영한다면 교육의 앞날은 참담해질 수밖에 없다. 초․중․고교의 인사 제도를 대학교처럼 선출보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신들의 이권을 노린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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