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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학교 밖으로 한 발 내딛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중 ‘사람책’이라는 게 있다. 기존의 서적을 대신해 학생들이 직접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이야기하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군서중에서 운영하는 ‘사람책’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사람책’으로 등장한다. 93세가 넘으신 어르신부터 동네에서 호떡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까지 나이와 직업,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들의 삶을 잠시 체험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입장에서 마을은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는 행정구역상 이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마을에게도 학교란 학생들이 배우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를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지속적인 노력과 선생님들의 의식 변화로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의 모습이 점차 갖춰지고 있다.

지역은 교육 협업의 파트너

지역사회와의 협업 교육은 학생 자신이 속한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한 마을에 살면서도 잘 모르던 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몰랐던 장소와 방문하기 쉽지 않았던 사업체를 방문하면서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아진다. 그리고 주인의식은 내가 속한 학교와 마을을 위해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해보겠다는 학생 자치의식으로 귀결된다. 
 
작년에 마을과 함께 한 정왕마을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3000여명 이상 운집했던 정왕마을축제는 공연자가 관람자가 되고 관람자가 공연자가 되는 새로운 축제 방식을 통해 학생, 마을, 학교가 함께 하는 모두의 축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기획단을 조직해 축제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됐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교직원들은 학교가 속한 마을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마을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교육적 활용도와 의미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 학생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주옥같은 주민들과 장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학교 교육과정에 적절히 반영하면 교육적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을과 학교가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돼 어려움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교원 인식 변화, 교육청 지원 필요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지원청의 도움은 물론 관리자, 교사의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마을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관리자의 안목과 교사 대상 연수 지원, 마을교육과정에 대한 교육 공동체의 치열한 철학적 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교육지원청은 검증된 마을 활동가를 추천하고 이들과 함께 활동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마을을 알아가야 마을교육과정이 성공한다. 마을과 함께 하는 것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지 않고 동네 사랑방에 온 것처럼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가 있는 마을의 성장이 학생의 성장, 학교의 성장이라는 생각으로 한 발자국만 학교 밖으로 내딛는 용기를 발휘해 보자.
 
우리가 모를 뿐이지 마을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마을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학교 안에서만 모든 교육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학교가 마을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통합적 인식에서 교육의 장을 확대한다면 마을이 곧 교육의 장이며 학교가 곧 마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의 장에서 자란 학생들이야 말로 삶과 교육이 융합된 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마을 사랑방 속으로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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