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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수업이야기] 교사의 시선이 머무는 곳





모든 사람은 각자 생각이 다르고 바라보는 곳도 다르다. 똑 같은 교복을 입고 똑 같은 책을 펼쳐놓은 아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인 나의 눈은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일까.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수석님, 전 아이들과 관계를 잘 못 맺은 걸까요?”
 
일주일에 한 시간씩 시간을 정해놓고 만나는 수업친구가 갑자기 꺼내 놓은 이야기다. 무슨 말씀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선생님은 매 시간마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아 원하는 수준까지 진도를 나갈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 학교는 비평준화지역 고교로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낮은 편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수업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때론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수준까지 학습결과를 끌어 내지 못해 아쉬운 적이 많았다. 선생님의 고민에 난 며칠 전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을 이야기했다. 
 
“수업시간에 교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은 첫 시간부터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모둠원끼리 회의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결국 대부분의 모둠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활동지도 거의 백지 상태로 제출했지요. 두 번째 수업도 학생들의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 프로젝트 수업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두 번째 제출한 모둠 학습지는 첫 번째 것과는 사뭇 달랐어요.”
 
그러고는 두 개의 학습지를 선생님께 보여줬다. 한 눈에 봐도 교복에 대해 처음에는 낙서 수준이었던 학습지가 두 번째에는 색깔, 디자인, 재질 등 디자인 요소를 고려해 토의한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도달해야 할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정해놓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배움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내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 늘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결과중심의 사고를 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수업친구도 두 개의 학습지를 비교해 보고 아이들은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 후 우리는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처음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모둠 활동을 하면서 엎드려 있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는 것 등등 관점을 바꾸니 대화 내용이 달라졌다. 그 동안 쉽게 과정중심 평가, 학생중심 수업 등을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날 우리는 ‘진정으로 과정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과정을 본다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을 더디게 했던 결핍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온전히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해 제대로 걸음을 떼어 보지 못한 아이들이 어떤 지점에서 용기를 내 발을 떼고 걸음을 걸을 수 있는지 잘 살펴서 그 지점을 찾아 자극해야한다. 
 
늘 실패만 경험했다고 생각해 모든 일에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고 희망을 느끼도록 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 두 번째 학습지를 비교해 보여줬다. 아이들은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아이들이 결과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더디지만 자신이 성장 과정에 있음을 알고 용기를 내 무언가를 해보게 하는 것 또한 과정 중심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는 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며 생활한다. 교사의 생각과 몸짓 하나까지도 아이들에게 분명 전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교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따라 아이들은 성장하는 아이가 되기도 하고 부족한 아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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