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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KBS 대선후보토론회의 '토론'의 문제

지난 4월 19일 KBS 대선후보토론회를 보면서 토론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의 최고위층이며 대내외적으로 가장 막중한 위치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토론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사회자 없이 토론을 하고 보니 중구난방이 되었고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내려는 이전투구의 모습은 보는 내내 민망했다. 아무리 자료없는 민낯의 토론이라 할지라도 사전에 전략을 세웠을 것이고 치밀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엇이 전략이며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는 모습만 보여줬다. 학력이나 이력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스탠딩 토론에 대한 기대와 달리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는 것이라든지, 흠집을 내기 위한 것, 전전전(前前前) 정권에 대한 질문이나 구태의연한 북한 질문에 매몰된 토론은 식상하고 피로했다. 답변을 노골적으로 회피하는 모습, 개그를 하거나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답변도 민망했다. 이도저도아닌 답변, 애매모호하게 비껴가려는 답변도 명료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모두 표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없었고 비전을 제시한 명료한 답변도 없었다. 국가의 원수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고도의 질문이나 답변이 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JTBC 비정상회담(이하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패널들의 논리적인 토론은 그런 의미에서 한번쯤 상기해야 할 일이다.

사전적으로 토론이란 찬성과 반대의 의견으로 나뉘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말하기이다. 비정상회담의 토론은 이에 합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주제를 제시하고 찬반으로 나누어 논증적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나라 대표가 논리적 근거에 기반한 반론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논증이란 객관적인 자료에 바탕을 두고 사고력, 논리력, 분석력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패널들이 방송 전에 사전준비를 하거나 편집으로 정선해 방송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토론교육과 에세이쓰기 교육을 통해 초등학교때부터 논리적인 수사를 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우리나라는 교육과정 밖에서 ‘다독권장’으로 독서교육을 하고 있으나 그들은 교육과정안에서 심층적인 독서교육으로 논증적인 사고기반을 마련한다. 따라서 그들은 논리적 사고가 익숙하다. 

대선후보자들의 토론은 토론이라기보다 일방적인 자기주장이거나 물고 늘어지기, 딴지걸기였다. 토론의 언어는 객관적이고 명료해야 하며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토론에서 개그를 하려 한다거나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일은 부적절하다. 억지논리나 타당하지 못한 단순한 문장의 질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답답함을 느끼거나 실망을 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않겠는가. ‘과연 대통령후보답다’고 할만 한 장면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은 토론이 없었던 우리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예능의 요소를 제거하고 비정상회담의 토론방식을 취하면 후보자들의 의견과 생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진행자가 주제를 주고 각자 자료없이, 유치한 ‘상대방까기’를 배제하고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게 한 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과 설득력있는 답변을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사회자가 날카롭고 타당한 주제를 제시하고 엇나가는 후보에 대한 중재역할을 함으로써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일지라도 후보자들의 토론에 임하는 자세나 양식이 변하겠는가. 문득 교육계의 당면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거나 학교로 전송된 공문의 내용을 모르던 교장들이 생각난다. “공문을 안보셨습니까?” 하고 물으면 “그런 공문이 왔어요?” 라고 했다. 모르면 답변이 부실해진다. 대선후보자들의 국가의 경영 전반에 대한 ‘앎’은 필수 아닌가? 아는 자의 질문이나 답변은 명료하고 선명하며 설득력 있을 것이다. 어쩌면 표가 결정하는 선거의 딜레마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전국민과 학생들이 시청하는 대선토론은 그에 버금가는 귀감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비정상들보다 못한 토론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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