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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영화 '재심'의 흥행이 흐뭇하기만 한 것은

4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구속⋅수감에 이어 마침내 기소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어 사저로 돌아갔을 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던 박 전 대통령 말대로 그것이 구속⋅수감에서의 재판으로 가려질지 새삼 관심을 끈다. 아마 자신의 무죄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2017년 2월 15일 개봉한 ‘재심’(감독 김태윤)은 바로 진실 밝히기를 다룬 영화이다. 진실에 목말라 하는 일반대중의 욕구가 반영되었는지 ‘재심’은 242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손익분기점이 160만 명쯤으로 알려졌으니 대박은 아닐망정 흥행 성공작인 셈이다.

‘재심’의 흥행이 반갑고 다행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영화하면 시간 죽이기나 오락용 카타르시스가 대세이기 십상인데, 진실과 정의를 앞세운 작품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세상이 요지경이고 똥통이고 아수라장이어도 진실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이니까 ‘재심’의 흥행이 흐뭇하기만 하다.

‘재심’은 2000년 8월 10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5세 소년 최군이 범인으로 몰려 10년 옥살이를 마치고 풀려났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2013년 4월 최군이 최씨가 되어 그 아내의 설득으로 재심을 청구해 2016년 11월 무죄를 받아냈다. 실제로 박준영 변호사가 이룬 쾌거이다.

먼저 진실과 정의에 집중 내지 천착해온 김태윤 감독에게 찬사부터 보내고 싶다. 무슨 말이냐고? 김감독은 이미 2014년 ‘또 하나의 약속’이란 실화영화로 진실과 정의를 영화 전편에 내세운 바 있다. 기업 투자 없는 어려운 제작에 스크린 감소 따위 개봉 외압까지 겪고도 연이어 실화 소재 ‘재심’을 연출했으니 그럴 수밖에.

2시간 가까이 펼쳐지는 영화는 의외로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다. ‘의외로’라고 말한 것은 법정영화로 흐를 기본적 패턴이 잠재함을 배제하지 못한 때문이다. 말할 나위 없이 짝퉁 살인범 이야기의 실화를 극적으로 잘 버무려낸 감독의 연출 덕분이다. 물론 변호사 준영(정우)과 소년범 현우(강하늘)의 연기 앙상블도 한몫한다.

글쎄, 다른 관객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배경이 된 2000년, 2013년 그때까지도 경찰의 그런 조사가 자행되었나 하는 점이 놀랍다. 김영삼 문민정부 때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시절 엄존했던 고문으로 인한 범인 조작하기 따위는 없어진 게 아닌가 하는 민주시민 의식의 성숙함을 머쓱하게 하는 장면이라 할까.

법의 정의 문제는 가장 관객들 시선을 붙잡은 요인이 아닐까 싶다. 요컨대 “진짜로 사람 보호하려고 만든 것” 대 “가진 놈들이 자기 이익 보호하려고 만든 게 법”이다. 이것은 “사람답게 살려면 돈이 필요한 거야”와 “사람답게 살려면 누명을 벗겨줘야” 하는 두 변호사 창환(이동휘)과 현우의 충돌로 극대화되기도 한다.

‘해꼬지’를 ‘해고지’라 하는 오류는 있지만 “빵은 아무나 가냐. 우리가 보내줘야 가지” 하는 담당 형사가 내지른 말은 은근히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준다. “변호사가 이렇게 생겼고만요. 싸게 박수쳐!” 하는 현우 엄마(김해숙)를 비롯한 시골 아줌마들 장면도 찡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누가 뭐라해도 ‘재심’은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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