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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수업이야기] 마음이 수업을 바꾼다

최근 사회 변화에 따라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전문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 수업 전문성은 실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입시 중심에 서 있던 교사들로서는 이런 수업 변화와 요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 인문계 고교의 현실은 1~2학년 때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다가도 3학년에는 대부분 EBS 수능교재를 중심으로 문제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사의 역할은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지식과 의미를 학생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수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객관주의 관점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최근 교육과정의 방향은 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아 배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수능 자체가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올해 3월 학기가 시작되면서 수업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영어 선생님이 수석실을 찾아 왔다. 작년부터 함께 전문적 학습공동체 모임 활동을 하며 수업의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 온 터였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영어교과는 도구적 성격이 강해 어휘를 암기하고 문법적 지식을 강조할 수밖에 없어 학생중심의 참여형 수업이 어렵다고 말했었다. 선생님의 지론은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내용을 얼마나 잘 구조화해 주고 그에 따라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하느냐’라고 말해 왔다. 그랬던 선생님이 수석실에 찾아와 정말 많은 질문들을 쏟아 놓았다.
 
“제가 수업을 바꾸긴 해야겠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수석님, 제 과목은 수능에서 만점 받는 아이들도 많은데 제가 수업을 바꾸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과연 학생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하게 되면 매우 까다로운 내용이나 어법, 어휘에 대한 것을 아이들이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정답을 잘 고를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해야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을 텐데 학교 수업만으로도 수능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단어와 문장을 암기시키고, 문법 설명과 해석을 통해 알려줘야 직성이 풀렸던 수업을 바꾸려니 아마도 불안한 마음이 앞섰을 것이다. 나로서도 쉽게 어떤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다만 나는 왜 수업을 바꾸고 싶은지를 여쭸다. 
 
그러자 선생님은 “입시 방향이 점점 바뀌고 있잖아요. 2018학년도 대입에 대한 분석을 보니 수시가 73.7%, 정시가 26.3%더라고요. 수석님이 얘기할 때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하니까 고민이 커졌어요. 일반 인문계 고교인 우리 아이들은 정시로 진학하기가 더욱 어렵더라고요.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은 수업에서 학생의 성장을 중심으로 본다는데 수업을 바꾸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업을 단번에 바꾼다는 것은 아직 준비가 완전하지 않은 선생님으로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수업은 조금 서툴러도 정작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수업방법을 조금 바꾼다고 수업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꾸고자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어쩌면 마음은 철학일 수도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더디더라도 날아가는 것처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처음 시도해 보는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이기 때문에 서투를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제 마음의 변화가 시작됐으니 아마 영어 선생님은 1년 후, 자신도 학생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교사는 교과서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둠 속에서 길을 만들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무조건 외워서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암기했던 지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무모한 교육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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