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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한약액 먹고 자라는 고추와 토마토가 있다

나의 일월공원 텃밭 영농일기

아침을 먹고 나의 일월공원 텃밭에 나갔다. 나갈 때 나의 소지품은 한약액 두 봉지, 칼, 카메라다. 농작물에 물을 주러 나가는 것이다. 요즘 기온이 7월 중순이라는 소식이다. 더운 날씨에는 농작물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뜨거운 태양에 수분 부족으로 그대로 고사하기 때문이다.
 
나의 텃밭은 아주 작다. 면적이 10제곱미터다. 일월저수지 둑 아래에 있는데 우리 아파트에서 5분 거리다. 이곳에는 지난 4월 23일 옮겨 심은 고추 20그루, 황금토마토 4그루, 방울토마토 4그루가 자라고 있다. 누님이 일군 이랑에는 추가로 토마토 6그루를 심었다. 이 정도 심고 가꾸면 올 여름 우리집 식탁은 풍성하다. 방울토마토는 이웃에게 나누어 줄 정도가 된다.
 
작년과 다른 점은 우리텃밭의 고추와 토마토가 한약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사람도 먹기 어려운 그 값비싼 보약인 한약을 농작물이 먹고 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한약을 먹고 자라는 농작물 실험재배란 말인가? 아니다. 수원예술학교에 다니는 지인이 건네 준 한약액이다. 남편이 먹던 것인데 체질에 맞지 않아 냉장고만 차지하던 것을 내가 도시농부인 것을 알고 전해 준 것이다.


 


텃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 20리터에 한약액을 한 봉씩 넣기로 했다. 원액을 그대로 주다가는 혹시 피해가 있을까 싶어 미리 조심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이다. 한약액을 준 지인과 함께 물주기를 하였다.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냉장고 공간 비워서 좋고 농작물도 호강을 하니 1석2조다. 이웃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이런 일도 생긴다.
 
오늘 수돗가까지 4회를 왕복했다. 물조루 2개를 사용했으니 땅이 흠뻑 젖도록 충분히 물을 준 것이다. 누님 이랑에는 땅의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솔가지를 갖다 놓았다. 물주기도 중요하지만 땅에 그늘을 주어 수분이 오래 유지되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농작물은 시들은 것 하나 없이 모두 잘 자라고 있다.
 
오늘은 토마토 순치기를 했다. 순치기란 줄기 사이에서 새로 나오는 가지를 떼어내는 작업이다. 순치기를 하지 않으면 줄기가 위로 뻗지 않고 곁가지를 퍼뜨린다. 자연히 열매가 부실해지고 자람이 좋지 않다. 노오란 토마토꽃 하나하나에 열매가 맺힌다. 이왕 열매 열리는 것, 튼실한 열매를 맺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 순치기를 익히는데 몇 년 걸렸다.


 


나의 텃밭. 다른 개인 운영자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퇴비를 충분히 사용해 텃밭이 검다. 내가 준 퇴비는 땅 위에도 있지만 땅 속에도 있다. 친환경을 생각해 대나무 지주와 식물을 묶는 끈이 노끈이다. 비닐끈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공통점도 있다. 농작물 이외에 꽃을 가꾼다는 것. 보행로 가까이에 있는 메리골드 네 그루가 반겨준다.
 
이 일월공원 텃밭은 수원시에서 작년에 무료로 분양받은 것이다. 그 대신 영농 조건이 까다롭다. 농약과 비료 사용이 금지되고 비닐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농작물 가꾸는 면적의 10%에는 꽃을 가꾸어야 한다. 텃밭 통로 가까이에 있는 땅을 자세히 보았다. 10여 일 전에 뿌린 채송화가 땅을 뚫고 드디어 올라왔다. 물주기를 계속한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다.
 
흔히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농부는 그만치 농작물에 관심과 사랑은 물론 시간을 바쳐야 한다. 농작물이 그냥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도시농부도 마찬가지다. 이 일월공원에는 80명의 도시농부가 텃밭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엔 몰랐던 사람도 텃밭을 통해 지인이 된다. 텃밭 정보를 주고받는다. SNS에서의 밴드도 있어 소통이 된다. 이곳은 행복텃밭이다. 한약액을 먹고 자라는 나의 고추와 토마토. 그 열매는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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