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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리움을 남길 수 있도록

스승의 날 단상

교육은 길을 안내하는 일이다



어느 때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스승의 날 아침을 맞은 날. 평소에는 다니지 않던 메타길로 차를 몰았다.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차들이 없어서 잠시 한 컷 찍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빛을 받아 빛나던 순간, 휴대폰을 들었다. 북유럽 노르웨이 가로수길이 연상될 만큼 상큼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이 멈췄다. '내가 가고 있는 교직도 길을 내는 일'이라고. 길을 만드는 일도, 그 길을 따라 오게 하는 일도 어렵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종이꽃까지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낯선 풍경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던 하루. 우리 반 꼬마 아가씨가 써온 편지 속에 든 예쁜 브로우치를 그 아이 옷에 매달아주면서 말했다.

"이 편지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꼭 말씀 드리고 이 브로치는 어머니께 갖다 드리렴!"


아이들이나 학부모님께 감사 편지나 선물, 꽃다발을 받기 위해 선생의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없다고 기죽을 일도 정이 메마른 삭막한 세상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도 날마다 까이는 세상, 제 부모도 함부로 하고 살상을 일삼는 세상에서 선생님은 대접 받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도 우습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이해하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학교부터 교육부터 맑아져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종이꽃 한 송이도 내밀 수 없는 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위해서, 한 아이도 아프지 않은 교육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자존감과 자부심이다. 칭찬 받기 위해, 존경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면 쓸쓸한 스승의 날이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은 주는 자리다. 나무처럼 베푸는 자리다. 어버이의 마음이다. 어떤 부모가 내 자식이 돌보지 않는다고 그 자식을 내치지 않듯,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게 부모 마음이듯 내가 수행하는 이 자리가 부족한 가르침은 아닌지, 내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날이 스승의 날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분명해진다.


이제 스승의 날은 본래의 의미를 찾을 것이라고 본다. 옛 스승을 찾아 안부를 묻고 감사함을 추억하는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의미의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리움을 남길 수 있도록 내 본분에 최선을 다 하면 될 일이다. 그리움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먼 훗날 함께 늙어가며 친구처럼 다정한 사제지간이 될 수 있기를 빌며 한 번 더 아이들의 해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날이어서 참 좋았다. 실은 그 마음으로 날마다 스승의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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