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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어느 여고의 시상식 못가게 하기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교원문학회는 5월 19일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5월 19일은 ‘전세계 눈⋅귀가 전주로’ 쏠린 20세이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양한 전야제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예컨대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진행된 엑소, 트와이스 등 아이돌 가수 출연의 KBS ‘뮤직뱅크’ 생방송이 그것이다.

전⋅현직 교원들이 모여 지난 해 창립한 교원문학회가 첫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일이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이다. 3월 14일부터 한 달간 작품을 모집했고, 14명의 수상 학생을 배출했다. 2명의 지도교사상까지 모두 16명에게 상이 주어졌다. 각 학교에 수상 학생의 시상식 참가 협조 공문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불참시 수상포기로 간주함’이란 문자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 덕분인지 단 1명만 빼고 다 참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의 이유가 조부 기일 추도식 때문이었으니 그럴 듯했다. 또 다른 어느 학생은 서울로 현장체험학습(소풍)을 떠나 엄마가 대신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상식은 수상 학생 2명이 불참한 채 진행되었다. 아무개 학생이 학교에서 보내주지 않아 갈 수 없다고 시상식 직전 연락을 해온 것. 막 시상식이 시작될 무렵이어서 그 내용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시상식을 치르고 다시 보니 학생이 못온 데에는 ‘뮤직뱅크’ 생방송이 있었다. 그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한 학생들의 조퇴를 학교에서 제한했던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공문을 통해 협조 요청한 학생까지 도맷금으로 조퇴를 불허한 일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사실 교원문학회의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에 임하는 자세는 남달랐다. 오랫동안 문예지도 교사로 있으면서 보고 느낀 아쉬운 점들을 최대한 보완하려 애썼다. 가령 시상식 초대나 장려상인 참방까지도 상금과 함께 1~3등 수상자들처럼 수여한 케이스 있는 상장이 그렇다.

시상식에서 ‘2무 1유’를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축사와 내빈소개가 없어 ‘2무’였다. ‘1유’는 상금을 현금으로 주어서 그렇게 붙여 본 것이다. 상금 액수만 적힌 빈 봉투에 실망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느낌이 들지않게 해주려 했다. 말할 나위 없이 현금을 받았을 때 수상의 기쁨은 통장계좌로 들어오는 것의 2배, 아니 그 이상이다.

혹자는 시상식에 불참 수상자가 있을 수 있지, 속 편히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학생에 따라선 생애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축하객이 모인 앞에서 수상하는 기쁨과 자부심, 우쭐함과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기성 문인 등 어른도 그럴진대 하물며 학생들이 느끼는 그 벅차오르고 샘솟듯하는 기쁨이야 오죽할까.

학교의 시상식참가 불허는, 이를테면 학생의 그런 기쁨을 빼앗아버린 횡포인 셈이다. 하긴 재임중 백일장에 못가게 하는 교장들을 더러 보았다. “무슨 시상식까지 가려 하느냐”는 교감도 보았다. 그들은 수업 결손 운운했다. 학생들의 진로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지지도 못하면서 학생 자신이 의욕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막아버리곤 했다.

공부라는 미명으로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좌절시키는 경직되거나 획일적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문예지도 교사였던 필자에게는 관리자들의 그런 학생활동 제재가 ‘몰상식’하거나 ‘무식한’ 전횡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교장들이 지금도 학교현장에 즐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아연 오싹해진다. 그런 학교에 관련 공문을 애써 보낸 것이 허탈할 정도다.

한편 그 학생은 원광대학교 전국고교생 백일장 예심을 통과하기도 했다. 평일 실시하는 본선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학교측이 참가를 허락할지 불현듯 그것이 궁금해진다. 시상식에 오지 못해 속이 상했을 그 학생에게 백일장 참가는 하루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 학생을 격려하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도 교육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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