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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U-20월드컵 8강 탈락을 보며

글쟁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테지만, 필자는 스포츠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국민 스포츠라며 호들갑떨어대는 프로야구 경기를 단 한 번도 경기장은커녕 TV로도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쯤되면 취미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싫어하는 것이라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그런 필자도 열 일 제쳐두고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 바로 축구다. 필자의 축구 취미는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TV 중계방송을 백퍼센트 빼놓지 않고 볼 만큼이다. 지난 11일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폐막한 2017 20세이하(U-20)월드컵에선 우리 나라는 물론 다른 국가들 경기도 몇 개나 봤다.

특히 2017 U-20월드컵은 전주를 비롯 국내 6개 도시에서 개최돼 외국에서 할 때보다 보는게 훨씬 수월했다. 거기에 더해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두 경기 연속 승리로 16강행을 확정지어 팬들을 열광케 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떠올리는 등 기대감도 한껏 달아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우리 대표팀은 5월 30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16강전경기에서 1대 3으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이상은커녕 최소 목표인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만 것이다. 다음 날 대표팀은 해산했다. 동시에 국민적 열기도 폭삭 주저앉았다. U-20월드컵 흥행에도 빨간 불이 켜진 모양새였다.

그와 관련이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6월 4일 8강전 경기중계를 지상파 3사에선 볼 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3⋅4위전은 물론 결승전 경기마저 지상파 방송을 통해선 볼 수 없었다. 한국 팀의 16강전까지 2~3개 지상파 방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이해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박 터지게 유치할 땐 언제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를 그렇게 홀대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중계한 경우에도 정규방송 운운하며 연장전을 계속하지 않는 등 팬들을 실망시켰다. 가령 6월 5일 잠비아와 이탈리아의 8강전, 6월 8일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이 모두 비겨 연장전으로 이어졌는데, 중계를 그만둔 것이다.

여하튼 8강 탈락에 대해선 분석이 분분하다. 먼저 대표팀의 첫 감독 선임 및 후임 교체과정 등 전반적 운영의 난맥상이 거론되고 있다. 2014년 12월 안익수 감독이 선임됐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U-19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신태용 감독으로 교체되었다. 대회 개최 불과 6개월을 앞둔 시점에 감독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8강 탈락후 신감독은 “이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대학이든 프로든 소속팀에서 많이 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U-20월드컵 대표팀이 “선택과 집중에 실패”, “너무 많은 전술이 독 됐다”는 분석이 들리기도 한다. 모두 그럴 듯한 분석의 진단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오히려 기니를 3대 0,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이긴 조별리그 1, 2차전 경기를 보면 그것들은 구구한 변명처럼 들린다. 이승우⋅백승호⋅조영욱 등 선수들 기량이 나무랄데 없었기 때문이다. 용병술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이다.

예컨대 0대 1로 패한 조별리그 3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왜 주전인 이승우와 백승호를 교체선수로 뺀 것인지 의문이다. 자만심에 가까운 너무 여유로운 용병술이 그만 악수(惡手)가 되고만 것이 아닌가? 만약 그 두 주전을 1, 2차전처럼 선발 투입했더라면 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잉글랜드와 이기거나 비겨서 조 1위가 되었더라면 16강전 상대는 코스타리카였다. 포르투갈보다 훨씬 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와 연승 신화를 새로 쓴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붙었더라면 8강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할 나위 없이 이제 패배의 아픔을 털어내야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그렇듯 U-20월드컵 역시 단순히 선수들 기량 시험의 장이 아님을 명심했으면 한다. 반드시 이겨서 국민들을 기쁘게 해야 하는 보다 국가적인 프로젝트 아님 이벤트라 해야 할까. U-20월드컵 8강 탈락이 안겨준 교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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