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월요논단] 바쁜 교사, 나쁜 교사

어떤 역사 선생님이 수업을 공개했다. 수업을 참관했던 선생님들은 수업 후 토의시간에 무슨 의견이라도 말하려고 메모를 하려했다. 그러나 수업에 몰입하느라 아무 것도 기록하지 못했다. 수업은 그 정도로 훌륭했다. 수업 후에 어떤 선생님이 물었다.

수업, 평생 준비하면 15분 만에 해결

"선생님, 수업 잘 보았고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커다란 감화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준비에 몇 시간이나 투자를 하셨는지요?"

역사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 수업 준비에 직접 들인 시간은 15분 밖에 안 됩니다." 

질문을 했던 선생님이 좀 머쓱한 표정을 짓자 역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이 수업을 위해 직접 투자한 시간은 15분이지만, 사실 저는 평생 이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모든 수업을 평생 준비합니다."

러시아의 교육사상가 V.A. 수호믈린스키의 책 ‘선생님께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수호믈린스키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사는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독서라고 말한다. 날마다 책을 읽으면서 한평생 책과 사귀어야 좋은 교사가 되고, 진실한 의미에서 수업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교과서의 기초 지식은 당신의 학문이라는 큰 바다 속에 있는 작은 물방울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수업 준비로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진정 보석 같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감을 갖는 선생님들도 있을 듯하다. 빼곡한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그리고 각종 업무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데 한가하게 독서 타령이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이다."

그가 남긴 명언이다. 마치 독서할 시간이 없는 우리나라 교사들의 삶에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그것이 어째서 재난일까. 

"독서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은, 교사에게는 불행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그는 ‘수업 기술자’ 또는 ‘교과서 해설자’에 머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읽힌다. 그렇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 이전에 배우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배우는 전문가가 되지 않고선 결코 가르치는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

‘나는 늘 바쁜 교사다.’ 선생님은 혹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바쁘다는 것이 치열하게 사는 것과 동일시되고, 자기효능감을 한껏 충전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바쁜 교사다’라는 문장을, 늘 바쁘게 사는 데 익숙한 것처럼 빠르게 발음해 보라. 자칫 ‘나쁜 교사다’로 잘못 들릴 수도 있다. 늘 바쁜 교사는 남다른 열정이 있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 준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교육 행정가나 학교 관리자들도 마음에 담아두면 좋겠다. 교사들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하라.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