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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학교 지금도 그런가, '학교2017'

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던 7월 17일 KBS 월화드라마 ‘학교2017’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6회가 방송된 지금 ‘학교2017’은 계속 터덕거리고 있다. 5.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던 제1회 시청률이 2회부터 6회까지 4%대에 머물러 있어서다. 통상 2회부터 시청률이 오르는 드라마 추세와 다른 모습의 ‘학교2017’이라 할 수 있다.

‘학교2017’은 2013년 ‘학교2013’, 2015년 ‘후아유’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학교’ 시리즈 7번째 작품이다. 지상파방송에서 시리즈 드라마가 7편이나 제작⋅방송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케이블 채널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같이 시즌 15까지 방송된데 이어 16편이 제작중인 경우처럼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1999년 2월 22일부터 약 두 달간 방송된 16부작 ‘학교’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학교붕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방송의 경우 뉴스는 물론 기획특집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학교붕괴 현실의 실상과 대안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 역시 MBC 시사프로 ‘정운영의 100분토론’이라든가 KBS 라디오프로 등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 KBS는 연중기획의 특집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제작⋅편성하는 등 공영방송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그 무렵 쓴 ‘청소년드라마의 비현실성’(2000.10.25. 산문집 ‘나도 잡아가라’ 수록)에 기대면 ‘학교’는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학교의 현실을 그리는 청소년드라마라는 점에서 학교붕괴의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KBS의 의지가 읽히는 프로이다.

‘학교’의 미덕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10대 학생들을 주시청층으로 삼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간때우기식 오락물 일색인 이 땅의 방송현실에서 거의 유일한 청소년용 드라마라는 점이 미덕이다. 또한 ‘학교’는 흡연⋅왕따⋅이성교제를 비롯하여 청소년드라마에서 금기시되던 원조교제⋅여학생 임신⋅성적(性的) 호기심 등 학생들의 꽤 깊은 내면 문제까지 과감하게 다룸으로써 진일보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학생현실이 나쁜 쪽으로 갑작스럽게 심화되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표현수위 면에서 방송환경이 나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실련, YWCA 시청자단체로부터 우수프로그램에 뽑힌 것이라든가 방송위원회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 수상도 그것과 무관치 않다. 얼마나 인기를 끌었으면 ‘학교’ 종영 1개월도 되지 않아 ‘학교2’가, 그것도 42부작 방송으로 이어졌을까.

그렇다면 ‘학교2017’은?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지금도 그런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극중 금도고는 다른 나라 학교인 듯 ‘설마’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성적 명부를 대자보로 벽에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급식까지 성적순이라니 박진감 면에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그런데 성적순 급식은 2014년 한 초등학교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반영했다고 하니 더 놀랍다.

더 있다. 금도고는 모의고사를, 그것도 이제 2학년이 한 달에 3번이나 보고 있다.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고 하는 우리를 싫어하니까”라는 라은호(김세정) 말처럼 학교가 알게모르게 학생을 차별할 순 있겠지만, 학교운영위원들에게 휘둘리거나 놀아나는 모습 역시 공립고 전직 교사인 나로선 되게 낯선 상황이다.

교내수학경시대회는 미리 답안지까지 나돌아 가난한 1등 송대휘(장동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게 만든다. 웹툰작가를 꿈꾸는 라은호가 모른 채 진행된 특정 학생만을 위한 맞춤형 교내미술경시대회 따위도 진짜 그런 것인지 공분(公憤)마저 불러 일으킨다. 학생들 서로 신고한 벌점만큼 운동장을 도는 것도 모자라 누명쓴 라은호를 위해 탄원서 돌린 담임 심강명(한주완)의 감봉처분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라은호와 오사랑(박세완)의 케미정도라면 모를까 전체적으로 코믹모드인 전개양상이라든가 교장(김응수)⋅교감(박철민)⋅은호아빠(성지루) 등 희화된 여러 캐릭터도 문제다. 딴은 그것이 “열여덟 살 청춘들의 유쾌찬란 생기발랄 성장드라마”를 표방한데서 오는 자연스런 전개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또 일정부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지만, 모든 게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은 장난쯤으로 여겨져 그렇다.

요컨대 과거 ‘학교’가 그려 보였던 교육문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나 뭔가 울림 있는 환기조차 약화시키거나 아예 그게 아니라는 듯 ‘그냥 웃자고 한 소리쯤’으로 전락해버려 문제인 것이다. 가령 생활기록부의 금수저 전형, “차라리 성적순으로 대학가던 때가 나았다”는 비판이 그게 아닌 것처럼 되어버리는 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이사장 아들 현태운(김정현)과 라은호의 사귀기 모드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착한 라은호와 사귀는 현태운이 덩달아 우리들의 착한 친구로 변할게 뻔하니까. ‘이사장이 나쁘지 그 아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냐’ 따위가 느껴지면 ‘학교2017’이 2년 만에 시리즈 7탄으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되게 궁금해질 것 같다.

고작 고2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툭하면 1년 전 교통사고의 과거가 펼쳐지는 내용 역시 좀 그렇다. 그냥 드라마려니 하고 보면 그만인데, 그게 잘 안된다. 다른 세계도 아니고, 바로 학교 이야기여서다. 5%를 밑도는 시청률 역시 무릇 학생들과 교사들이 ‘딴 나라 학교 이야기’라며 애써 외면해버린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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