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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잎 지던 날

눈물도 언어다

마지막 눈물 한 방울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또 마음에도 있다. -이기주 지음 <언어의 온도> 중에서



"선생님, 00가 왜 오늘도 안 와요?"


"아, 00는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학교에 못 왔어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일은 더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결석이 아니랍니다. 여러분도 00가 오면 위로해 주면 참 좋겠어요."


눈물이 많은 아이가 이틀째 결석이다.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때문에 출석이 인정되는 결석이다. 어린 나이에 가족이나 친척의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없으면 좋을 일이다. 그럼에도 그 경험은 종종 깊이 사색하는 인간을, 다시 삶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지막 꽃잎 한 장을 달고 있다가 내려 놓은 외할머니의 죽음을, 사랑 많으신 가족의 부재를 마음 아파 했을 아이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그저 안아줄 뿐!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죽음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게 한다.


아이의 빈 자리가 크다. 다른 모든 아이들의 언행에 일일이 반응하는 관심이 지나쳐서 시시콜콜 잘 따져서 종종 다툼으로 번지게 하는 아이라서 더욱 그렇다. 그게 1학년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때론 귀엽고 때론 힘든 이유다. 그래서 뭐든지 참견해야 하고 누구 말이든 토를 다는 게 일상인 1학년 아이들과 사는 일은 즐거움과 피곤함이 상존한다.


그들은 호기심 덩어리이다. 세상 모든 것에 더듬이가 돋아있다. 친구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참견하고 싶어 한다. 교실에 물잠자리가 날아드는 시간엔 금방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통 물잠자리가 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창 밖으로 날아가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 한다. 창문을 열고 물잠자리를 내보내야만 학습이 가능하다. 친구라도 아프면 더욱 문제가 커진다. 서로 보건실에 데려가겠다고 난리를 피운다.


1학년 아이들은 말보다 눈물이 먼저 말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파도 울고 억울해도 운다. 슬퍼도 울고 서운해도 운다. 친구한테 미안해서 울고 글씨나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도 운다. 아이들이 보이는 눈물의 의미를 잘 알아내야 명품 선생님이다. 그건 마음이 통해야만 보이고 들리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를 보낸 자기 엄마의 슬픔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이기심도 미안해진다. 한 달 가까이 피어 있던 난 화분에서 마지막 꽃잎이 지던 날, 아이의 할머니도 가셨다. 아무도 모른다 꽃잎 지는 날을, 누구도 모른다, 자기 꽃잎 지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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