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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속기교육에 사재, 인생까지 바치다

국민교육발전 유공 국민포장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 소장

20대 때 5년 여 연구 끝에 개발
60여년 교사·학생에 무료 교육
고령에도 ‘속기 대중화’ 일념

“제가 만든 속기는 일반 글쓰기보다 7∼8배 빨리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제 홈페이지(www.namcheonsokki.com)에 자습교재, 녹음파일 다 올렸으니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교육부로부터 ‘국민교육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국민포장을 받은 남상천(88·사진) 남천속기연구소 소장은 수상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대 중반 나이에 개발한 속기를 60여 년 간 교사, 학생 등에게 무상으로 전파하고 노력해온 노고를 인정, 국민포장이 수여된 자리에서도 그는 국민 한 사람에게라도 더 배우게 하고 싶다는 일념이었다.
 


남 소장은 1950년대 중반 5년 여 연구 끝에 속기를 개발했다, 당시 국내 출간된 신문, 잡지, 책 등을 전수 조사해 어떤 글자와 단어의 빈도가 높은지 통계를 낸 후 이를 토대로 한 획에 글자와 단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속기교본을 만들었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밤잠 안 자고 틈틈이 개발했다”며 “빈도수가 많은 단어는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고, 합성어를 쓸 때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등 많은 부분을 고려했다”고 회상했다.
 
남 소장은 1956년 공무원 1호 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속기교육을 놓지 않았다. 농림부 소속이었던 그는 장관에게 허가를 받아 속기교육에 대한 겸직을 맡을 수 있었다. 1958년 상업계 고교의 상업연습 과목 내용에 ‘속기’를 반영하고 실업계고 과목으로도 넣는데 산파역할을 했다. 교과서도 직접 만들어 21년 간 속기 교사 양성 차원에서 1060명의 상고 교사들에게 무료 강습을 했다.
 
남 소장은 속기능력 검정기준·검정고시·검정규칙까지 차례대로 만들어 1∼7급으로 능력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속기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돈벌이보다 국가가 체계적으로 속기교육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바람에서였다.
 
경진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인기를 끌던 속기교육은 남 소장이 1980년 식품사업에 뛰어든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빠지자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속기 대중화를 위해 자본을 모으려는 차원에서였지만, 사업과 속기교육을 동시에 할 겨를이 없어 속기교육의 쇠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업은 대박이 났다. 보리, 현미 등을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은 당시 보리음료, 쌀음료, 현미녹차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그는 한창 잘 나가던 사업을 20년 만에 정리했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공장을 매각했다. 속기교육을 하기 위해 돈을 벌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70세가 넘은 나이에 다시 교본을 잡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남 소장은 “공장을 계속 유지했으면 규모를 더 확장할 수 있었고 엄청난 수익을 얻었겠지만 그보다는 속기교육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가르치는 일은 돈 버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도 털어놨다. 2002년부터 성균관대 등에서 10여 년 간 교사 특수분야 직무연수, 교양과목 개설 등을 통해 매년 수백 명 정도의 교사, 학생에게 꾸준히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붐을 일으키기가 여간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니다.
 
남 소장은 이번 국민포장 수상을 통해 교육부가 속기교육 활성화에 더욱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속기교본, 자료 등은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박물관 등에 전시되고 있지만, 실제 역사 속 유물이 되길 바랄 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혼자 쉽게 익힐 수 있다”면서 “요즘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글자를 익히는데 그보다 손 글씨가 인성·두뇌교육 발달에 더 좋은 만큼 많은 국민들이 속기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