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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기자냐 기레기냐의 문제 제기 '조작'

지난 12일 SBS월화드라마 ‘조작’이 막을 내렸다. 7월 24일 첫 방송한 ‘조작’은 35분짜리 32부작(옛 16부작) 드라마다. 1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 12.4%를 기록한 마지막회까지 두 자릿 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9.5% 등 10% 아래로 내려간 적도 있지만, 동시간대 ‘학교 2017’(KBS)과 ‘왕은 사랑한다’(MBC)를 따돌린 시청률 1위 드라마다.

‘학교 2017’을 6회까지 본 내가 ‘조작’ 본방사수로 돌아서버린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이미 ‘학교 지금도 그런가’에서 자세히 말한 바 있어 여기선 자제하지만, 그만큼 ‘조작’은 재미있을 것같다는 시청 욕구를 갖게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물론 ‘학교 2017’과 겹쳐 못본 ‘조작’ 회차는 재방송을 통해 꼼꼼히 챙겨보았다.

‘조작’은 인터넷신문인 애국신문 기자 한무영(남궁민)을 주인공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그 점에서 ‘기자드라마’라 부를만하다. 최근 10년 동안 방송된 기자드라마는 2008년 MBC ‘스포트라이트’, 2009년 MBC ‘히어로’, 2014년 KBS ‘힐러’와 SBS ‘피노키오’, 2017년 SBS ‘조작’과 tvN ‘아르곤’ 등이다. 결코 많다고 말할 수 없는 기자드라마다.

물론 기자의 살해장면으로 시작, 시청률 15%대의 인기를 끈 SBS ‘귓속말’ 등 많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직업군이긴 하지만, 기자드라마 ‘조작’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침 지난 4일부터 공영방송 노조원들이 총파업중이다. 그들 3700여 명중에는 프로듀서라든가 아나운서 등도 있지만, 주축은 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일반회사 노조의 파업처럼 무슨 월급이나 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요구는 공영방송 정상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조작’의 시사점은 더 크고 진중해 보인다. 특히 지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보았듯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요즘이다. 오죽했으면 기자 아닌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비난받는 일이 잦아졌을까.

유도 국가대표였던 한무영은 대한일보 기자인 형의 죽음과 관련, 기레기를 자처하며 사건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러나 기자로 거듭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이 기사조작에 가담하면서도 그에 대한 단서를 남겨두어서다. 대한일보 탐사보도 스플래시팀장 이석민(유준상)과 인천지검 검사 권소라(엄지원)가 든든한 우군으로 활약한다.

반면 대한일보 상무 구태원(문성근)은 악의 축이다. 검찰과 경찰, 법조인과 사업가 등이 줄줄이 엮여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조작⋅왜곡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는 가운데 “투사가 아니라 기자이며, 세상을 바꾸려는게 아니라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뿐”이라는 언론의 사명 내지 본분을 구현해낸다. 기자냐 기레기냐의 문제가 선명하게 제기된 셈이라 할까.

실제와 다르다며 허구임을 시작화면에서 자막으로 밝히고 있지만, ‘조작’은 많은 사건을 환기시켜 쏠쏠한 재미를 준다. 박태환 선수 도핑, 성완종 비자금 리스트, 재심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희대의 사깃꾼 조희팔 의혹, 북풍조작 등이 그것이다. 악의 축인 구상무만 해도 이미 영화 ‘내부자들’에서 본 낯익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해재단의 국가전복 프로젝트라든가 끝내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어르신’ 등 현실감 떨어지는 얼개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국민이 멍청하면 귀싸대기라도 쳐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는 ‘어르신’이라니, 그리고 그에 의해 구상무를 비롯 조변호사(류승수)와 김진우(강신효) 등 많은 사람이 휘둘리고 조종되다니 오싹하긴 할망정 박진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도 “미친 건 서울 집값” 같은 시사성 강한 유머감각이 돋보이긴 한다. 후반부 들어 한무영과 권소라의 신상에 관한 대화의 멜로 모드가 팽팽한 긴장감을 흐트러놓는 듯했지만, 더 이상 진도를 빼지 않은 절제도 돋보인다. 극본이 원래 그런지 연출의 힘인지 알 수 없으나 멜로 없는 기자드라마도 두 자릿 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조작’이 보여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추성(최귀화) 같은 깡패집단이 미화되고, 한무영 역의 남궁민이 전작 ‘김과장’ 주인공에서 180도 변신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럴망정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 무릇 기자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조작’이다. 지난 5월 ‘귓속말’에 이어 ‘조작’을 방송한 것은 SBS가 이룩한 하나의 성과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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