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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실 속 격려레시피] 친구에게 배워요…또래교수

사람들은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어 한다(Adler). 즉 스스로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 전체의 일부분인 나를 생각하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길 원한다. 이런 ‘사회적 관심’을 교실 안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 사례를 소개해 본다.
 
3학년에 처음 도입되는 리코더 기초지도를 위해 연습곡 급수표를 만들어 1~4급은 개인별로, 5급은 모둠별로 검사하기로 했다. 교담시간에만 학생들을 만나는 나는 담임 선생님들께 취지를 알려드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1학기 말이든 2학기 말이든 기간 제한 없이, 서로 협조하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러나 연습을 많이 해 오고 실력이 앞서가는 학생들은 자신보다 연주 기능이 부족한 학생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매우 불편한가 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어느 학급에서나 비슷한 하소연을 듣고서 알았다. 누구는 하지도 못하면서 연습에 참여하지 않고, 악기를 안 가져오고, 연습하자고 하면 싫다고 짜증내며 놀려고 하니, 그 사람을 빼버리고 검사 받으면 안 되느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네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선생님은 다 안단다. 정말 멋진 사람은 혼자서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하도록 도와주는 사람 아니겠니? 그런 사람은 이미 훌륭한 사람으로 사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러던 중 연주 기능이 좀 부족한 철수가 반에서는 느지막이 2급을 통과했다. “와! 통과. 우리 철수 연습 많이 해 왔네. 텅잉도 잘 됐어” 했더니 “순희가 도와줬어요” 하고 건너편 학생을 가리킨다.
 
“그래, 순희가 도왔다고? 멋지네. 순희와 철수에게 박수를 보내 줄까요? 자신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희처럼 다른 사람이 잘 하도록 돕는 것은 훌륭한 거지요” 하며 순희에게 사탕 한 개를 줬다.
 
물론 그 이후로도 불만은 나왔다. 그 때마다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든 기다릴 테니 친구를 도와 같이 연습하자고 했다. 수업 시작 전에 잠깐씩 리코더 연습을 하는 방법으로 모둠 연습을 나름 돕고도 있다. 그랬더니 요새는 잠잠하다. 
 
이처럼 지도했더니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될 수 있었다. 이것은 개인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에 해당한다. 또래교수를 통한 사회적 관심 증진 방법을 활용해 포기하거나 낙담한 반 친구를 도울 기회를 줌으로써 리코더 실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미성숙한 개인은 관심과 에너지가 온통 자기 안으로 향한다. 그러한 관심은 경쟁 상황에서 조장되고 심화돼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성숙한 개인은 공동체와 사회에 관심을 두고 생활한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협동과 협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뿐만 아니라 주위에 큰 파급 효과를 줘 사회적 관심이 더욱 전파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을 격려하는 것은 학급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의미가 있고, 협력과 공헌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기본 바탕이 된다.
 
음악과에 적용한 또래 교수법은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리코더 실력은 좀 부족해도 다른 과목은 잘 하는 아이에게 품앗이 하듯 부족한 것은 배우고 잘하는 과목은 다른 친구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또래 교수를 활용하면 타인에게 향한 관심과 선물은 결국 나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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