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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자세히 보아야 예쁜 그들, 잡초

잡초 도감

 


강마을은 여전히 안개로 시작합니다. 희미한 안개가 점령한 논둑 사이로 노란 콩잎이 보이고 콩꼬투리가 토실하게 여물어가는 가을 아침입니다. 앞머리를 적신 강아지풀과 거무스름한 수크령도 물기에 젖어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풀의 얼굴 아래에 바랭이 풀과 큰 키의 건장해 보이는 비름, 망초, 둥근 잎의 쇠비름이 보입니다. 분홍 메꽃도 아직 몇 송이 피었고요. 제가 정문에서 아침 학생맞이를 하면서 본 잡초들입니다. 우리들이 매일 보는 풀들이지만 이들과 제대로 눈을 맞추어 본 일이 있을까요? 어여쁜 화초들과 인간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곡식들에게 때맞추어 비료와 물을 주지만, 논둑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이 풀들을 우리는 잡초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런 풀을 좋아합니다. 논둑이나 화단의 가장자리에 수줍게 혹은 억세게 자라는 그들에게는 잘 가꾸어진 꽃밭에서 볼 수 없는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싹을 틔우고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상강지절 내리는 서리에 미련 없이 이 땅을 떠납니다. 다시 바람살이 매운 초봄 한 줌의 햇살에도 잎을 피워 올립니다. 멋지고 당당한 그 이름을 우리는 잡초라고 합니다.

 

가을 아침 도서관에 앉아 식물도감 잡초를 읽었습니다. 모두 3권으로 된 잡초는 잡초의 형태와 생리, 생태에 관한 자료를 수록한 책으로 잡초의 종자를 포함한 주요 기관과 생육 중기의 식물체 사진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운동장가에서 만난 풀들과 등산을 하다 본 들꽃의 이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잡초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그네들의 이름을 모를 뿐입니다.

 

잡초를 이 책에서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식물로서 사람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생육하며 사람과 가축에 유해하고 사람이 원하는 작물 등에 손상을 입혀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잡초란 사람의 생활 활동으로 만들어진 교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되어온 식물(植物)군이라는 잡초의 형성 기원을 바탕으로 잡초란 토양의 인위적 교란이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그 개체군의 증식률의 장시간 평균치 최대에 이르도록 적응 · 진화해 온 식물군이 라고 정의하는 이 늘어나고 있다.1/21P

 

논문 자료를 찾으려고 노자 도덕경을 폈는데 책을 뒤적이는데 고사리 잎이 나왔습니다. 지난 봄, 무학산 등산길에 누군가에게 보내려고 책 속에 넣어서 말렸는데 잊어버렸나 봅니다. 초록의 어여쁜 잎을 보니, 봄날의 포근한 눈웃음 같았던 푸른 모습이 기억납니다. 먼 곳의 벗에게 엽서 한 장을 썼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어여쁜 모습, 잡초입니다.

 

큰 걸음으로 다가서는 가을의 햇살이 따갑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곡식들이 익어가고 과일의 단맛이 깃들고 있습니다. 그 아래 잡초들의 조그만 씨앗들도 열심히 영글어 갑니다. 향기롭고 따뜻한 강마을에서 가을 향기를 보냅니다.

 

잡초, 김동성, 박수현 지음, 이전농업자원도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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