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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추석특선 TV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안타까운 영화들이 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이하 ‘고산자’)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관상’(2013)⋅‘사도’(2015) 등 사극의 천만관객을 비롯한 흥행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다. ‘동주’와 ‘박열’ 같은 역사적 인물의 시대극 성공을 봐도 그런 생각은 매한가지다.

‘고산자’는 2016년 추석특선영화로 9월 7일 개봉했다. 개봉 전만 해도 ‘밀정’과 경쟁이란 신문 리뷰가 주를 이뤘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밀정’이 750만 457명인데 비해, ‘고산자’는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산자’의 관객 수는 974,262명이다. 32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니 완전 쪽박 신세로 나가떨어진 셈이다.

“아직 못가본 길이 갈 길”이라는 메시지라든가 “제 나라 백성을 못믿으면 되겠습니까” 같은 민중의식이 인상적인 ‘고산자’가 안타까운 것은, 먼저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그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2013년 4월 10일 개봉)에 대해 쓴 글(영화, 사람을 홀리다. 북매니저. 2013. 251쪽)부터 잠깐 들여다보자.

누가 뭐라해도 강우석 감독은 영화권력이다. 이렇게 말해도 아마 시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53세인 강우석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국영화가 맥 못추던 1990년대 ‘시네마 서비스’를 설립(1993년)했다. 시네마 서비스는 투자⋅배급⋅제작을 겸하는 회사이다. 한국영화를 산업화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2003)로 천만클럽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2년 뒤엔 그가 제작한 ‘왕의 남자’가 천만클럽 영화로 등극했다. 1988년 데뷔작 ‘달콤한 신부들’부터 2010년 ‘이끼’까지 강 감독의 18편 영화가 극장으로 불러 모은 관객은 3000만 명이다. ‘실미도’⋅‘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투갑스’⋅‘공공의 적’⋅‘한반도’‘⋅이끼’ 등이 얼른 생각나는 강우석 연출 영화들이다.

25년째 영화를 찍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제작과 배급까지 한 덕분이겠는데, 연출한 영화의 힘이 없고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이나 지난 2월 19일(2013년-인용자) 뜻아니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박철수 감독 등 강우석보다 윗 세대로 활동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
그 강 감독이 3년 5개월 만에 20번째 영화로 돌아왔으니 바로 ‘고산자’다. 손익분기점이 320만 명인데 174만 남짓한 관객으로 그친 ‘전설의 주먹’에 이어 다시 참패했으니 그 상심이 크리라. 아니나다를까 차기작 연출 소식은 지금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위안은 개봉 1년 만에 추석특선 TV영화(K1TV 9월 30일 밤 9시 20분)로 방송된 점이라 할까.

‘고산자’는 박범신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고산자 김정호(차승원)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낸 위인이다. ‘이향견문록’(19세기 중엽 문인 유재건이 양반 아닌 신분으로 명성을 날린 예인들의 생애를 서술한 책)에 실려있어 중인 이하의 미천한 신분으로 추정될 뿐이라 그런지 고증할 사료가 거의 없다. 원작소설이 바탕이긴 하지만, 99%를 상상력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단 마라도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무려 10만 6249km 발품을 팔며 조국의 금수강산을 찍는 등 공들인 노력이 그만 무색해진 셈이라 할까. 그것은 잘못 맞춘 핀트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넘어 다소 경망스런 김정호 캐릭터가 그렇다. 3년 반 만에 돌아와 딸도 못 알아보는 장인(丈人)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도에 천착하는 예인(藝人)으로서의 모습도 좀 밋밋해 보인다. 처음엔 잘못된 지도 때문 죽은 아버지를 보며 ‘지도쟁이’가 되는데, 결말에선 그것은 온데간데없이 “가슴이 뛰어서”라고 말한다. 다소 촐삭대는 캐릭터에 더해 뭔가 쿵하고 깊은 울림이 가슴으로 스며들지 않는 밋밋함이다. “나중에라도 비슬(‘빚을’의 ‘비즐’이 잘못된 표현) 갚지” 따위는 지적거리가 못될 정도이다.

흥선대원군(유준상)과 안동김씨간 다툼의 정치적 희생양으로서의 이미지도 좀 그렇다. 그 시대 아버지상과는 거리가 먼 딸 순실(남지현) 사랑의 아버지란 인상도 너무 현대와의 접목에 매몰된 나머지 옛것 가치 버리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여주댁(신동미)과의 관계도 아내인지 애인인지 다소 애매하게 그려져 혼선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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