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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을바람 다칠세라 교무실 창을 살포시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마신 후에 간밤에 교실은 이상 없는가 한 바퀴 둘러보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각 교실에 갇혀 고통받던 공기가 우리반 아이들을 괴롭힐까 해방시키고 신선한 가을 공기로 가득 채워 놓고 불을 켜 등교하는 학생들의 마음에 산뜻한 EQ를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매일 빨리 와 책을 펴는 학생은 잘 기억하였다가 주고 싶은 선물이 생겼을 때 주고 그러면서 그 학생을 담임 선생님께 알려 주어 칭찬을 받도록 해 주고 싶은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학급을 돌아보는 시간이 끝나면 교무실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의 할 일을 구상하여 각 담임 선생님께 귓속말로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정리한다. 그래도 시간이 있으면 오늘의 수업 시간을 찾아 교재 를 확인해 본다. 곁들여 인터넷을 뒤져 시사문제를 찾아 학생들에게 전해 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종이 울리면 교구재가 든 가방을 들고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들어서면 아직도 떠들고 누워있고 책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어수선한 반도 있다. 가지고 다니는 지도봉으로 교탁을 몇 번 두드린다. 그러면 일어나는 학생도 있다. 반장이 인사를 하면 그때 일어나는 학생도 있다. 끊어 오르는 격한 감정을 EQ로 다독거리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있는 짓 없는 짓을 다 부려 아침 공기 같은 맑은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래도 떠들고 엎어지고 고개 숙이는 학생도 있어 다시 불러내어 저 뒤에 졸방대(졸음방지책상)에 가서 서 있도록 한다. 앉아서 졸고 있는 학생과 계속 교대시킨다. 나가라고 하면 억지로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 뱉으면서 나간다. 어떤 학생은 안 졸겠다고 하면서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몇 명이 버티면 참았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고함 소리는 메아리쳐 옆 교실로 퍼져 나가고 옆 교실은 쥐 죽은 듯 수업을 한다. 한바탕 큰 소리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모두가 앞을 바라보며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마치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업을 마치면 수업 부적응 학생을 불러 상담을 한다. 둘이서 앉아 1시간 동안 상담을 하면서 학생이 살아온 과정과 내가 겪어온 과정을 서로 나누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다음 시간부터는 더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요즘 학생들의 생리를 잘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너무 많아 보인다. 대학을 가야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는 학생도 갈수록 드물어진다. 그리고 졸업을 꼭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학생도 갈수록 희미해진다. 교사와 대화를 하다 보면 ‘왜요?’를 예사로 사용해 자신의 잘못보다 자신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식을 더 나타내 보인다. 또 의식이 없어 보이기에 무엇을 이들에게 동기로 제시해야 할지 그것을 찾아내려고 먼 하늘 먼 산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선생님의 책상에는 사탕과 과자가 늘 있다. 첨에는 선생님이 간식으로 먹고 싶어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또 학생에게 사탕과 과자를 주는 모습을 보고 때로는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10대 청소년을 길들이는 일시적인 효과는 사탕에 있음이 이미 유태인의 탈무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공주처럼 왕자처럼 자란 아이들이기에 억압과 구속은 싫어한다. 카리스마를 가진 선생님을 좋아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오른손에는 사랑을, 왼손에는 회초리 같은 무서움을 쥐고 교단에 서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방과후학교가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오늘 한 시간을 학생의 마음에 들까? 나의 언변과 말로 만들어지는 한 시간을 만두처럼 속 빈 거품이 아닌 쇠처럼 단단한 옥석으로 솟아날까? 이 궁리 저 궁리 해 보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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