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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정통 멜로극 '사랑의 온도'

9월 18일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시청률은 그저 그렇다. 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1주일후 6회 방송에서 10.4%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인기드라마가 되는 듯했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시청률을 보였다. 10월 17일 프로야구 중계로 결방한 후로는 34회까지 한 번도 두 자릿수에 올라서지 못했다.

하긴 본방사수 팬들(필자도 포함된다.)로선 굉장히 화가 나는 결방이었다. 중계방송후 방송을 예고해놓고 막상 그 시간이 되자 예능프로 ‘불타는 청춘’을 내보낸 것이다. 그 사이 ‘마녀의 법정’(K2TV) 시청률이 4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사랑의 온도’ 결방에 뿔난 많은 사람들이 채널을 돌려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첫 방송의 두 배에 가까운 12.3%를 기록한 ‘마녀의 법정’은 이후 동시간대 1위의 월화드라마로 우뚝 섰다. 그만큼 신문기사 등 미디어의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물론 짜증나게 하는 중간광고 따위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SBS로선 결방의 쓴맛이랄까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확인하고 깨달았을 법하다.

덩달아 “tvN ‘또 오해영’,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스포츠서울, 2017.9.15.) 서현진(이현수 역)은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그럴망정 서현진은 속도감 있는 연애감정 싹 틔우기로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출발한 ‘사랑의 온도’에서 6살 연하남 온정선(양세종)에게 푹 빠져든 여자의 표정이나 행동거지 등 그야말로 진국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점은 양세종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해 11월 데뷔(‘낭만닥터 김사부’)한 신인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묵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듀얼’(OCN)에 이어 왜 다시 주연으로 발탁됐는지 웅변해주는 연기라 할까. 그러고보면 배우들의 호연(好演)이 시청률 견인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랑의 온도’는 정통 멜로극이다. 판타지라든가 법정이니 스릴러 따위 다른 장르적 속성이 섞이지 않는 점에서 순수 멜로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수와 정선외에도 황보경(이초희)과 김준하(지일주), 최원준(심희섭)과 지홍아(조보아) 또는 임수정(채소영)이 사랑으로 얽혀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한다. 특히 지홍아는 이기적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다.

현수는, 그러나 누구나 다 하는 별것도 아닌 사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내 여자’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으려는 정선과 고통이나 불행 등 모든 걸 나눠 갖는게 사랑이라 믿는 현수의 기치관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뭐해?를 다른 말로 하면 보고 싶어야”라고 하는 등 6살 연하남에게 푹 빠져든 현수는 “사랑하는데도 왜 이렇게 더 쓸쓸하고 외로운지” 토로하며 울먹인다.

이때 박대표(김재욱)는 또 다른 출구로 기능한다. 5년간 현수를 짝사랑하는 사업가 캐릭터가 박진감 결여라는 인상을 주지만, 현수 부모(정애리⋅선우재덕)의 박대표에 대한 호감도 마찬가지다. 그렇듯 사랑은 어려운 것일까?거기서 빛나는 건 운명적 사랑에 빠져들었다가 이내 겪는 갈등과 좌절 등 여자심리의 빼어난 디테일 묘사다.

비즈니스 관계일 뿐인 박대표에게 스스럼없이 잘하는 현수의 태도 역시 여자심리의 빼어난 묘사로 보이지만, 그건 좀 아니지 싶은 반감이 생긴다. 그런 태도가 순애보 박대표에겐 충분히 잔인, 그리하여 현수를 ‘나쁜 년’으로 보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럴망정 ‘사랑의 온도’는 그 이름값을 한 정통 멜로극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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