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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뜻밖의 대박 일군 입봉작 '범죄도시'

아직 한 해를 결산하기에는 좀 이른 듯하지만, 2017년 입봉(첫 영화 개봉)한 신인감독들에 대한 정리는 가능해보인다. 추석특선 영화로 10월 3일 개봉, 지금도 상영중인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은 “17년 동안 영화판에 있었지만 입봉 직전 영화가 번번이 무산돼 몇 번이나 그만둘 뻔했다”(한겨레, 2017.11.13.)고 말했다. 그만큼 입봉은 어려운 일이다.

‘범죄도시’도 시나리오 완성에만 3년이 걸렸고, 영화화까지는 더 긴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이 강감독 설명이다. 강감독은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형사가 조폭 잡는 이야기는 식상하다. 주연이 좀 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에 좌절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신인감독이 되는 일은 험란한 과정의 연속이다.

그런 입봉작이 뜻밖의 대박을 일궈낸다면 그 감회나 환희가 얼마나 새롭고 벅차겠는가.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지난 3월 23일 개봉한 ‘프리즌’의 나현 감독이다. 이후 조기 대선이 낀 5월 황금연휴를 접수한 ‘보안관’의 김형주, 여름 대목시장의 강자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으로 이어졌다. 이 달에만 입봉작 ‘미옥’(이안규)⋅‘7호실’(이용승)⋅‘꾼’(장창원)이 개봉했다.

높은 예매율과 함께 오늘 개봉한 ‘꾼’의 성적을 지켜봐야겠지만, 11월 21일 현재 683만 307명을 동원한 ‘범죄도시’보다 대박작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제작비가 70억 원쯤이니 ‘범죄도시’의 손익분기점은 대략 220만 명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대박임을 알 수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서클’을 압도적으로 제압한 뜻밖의 대박영화가 된 것이다.

‘범죄도시’는 2004년 경찰이 서울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폭들을 일망타진한 실화에 바탕한 영화이다. 경찰(강력계 15년째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장첸(윤계상) 등 깡패들을 때려잡는 권선징악적 내용이라 새로울게 하나도 없는, 이를테면 식상한 영화인 셈이다.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퇴짜를 놓을만하다.

그런데도 대중은 ‘범죄도시’에 열광했다. 더구나 추석명절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폭력성과 잔인함이 장난이 아닌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인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대중의 속성은 알다가도 모를 일임이 새삼 확인된 셈이라 할까. 아마도 나쁜 놈들을 까부수고 단죄하는 것에 대한 통쾌함의 카타르시스, 그로 인한 대리만족이 열광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마동석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마동석은 “너, 이리와!”라는 말 한 마디로 칼 든 깡패의 오금을 저리게 한다. 보통은 주먹도 아니고 손바닥으로 후려치는데 조폭들은 팍팍 나가 떨어진다. 어떤 범죄액션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카리스마의 경찰상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지만, 이수파 두목(박지환)을 손으로만 앞으로 오게해 사타구니를 움켜쥐는 장면은 압권이다.

조폭 소탕에 충실한 마석도는, 그러나 모범경찰만은 아니다. 춘식이파 두목(조재윤)의 안주머니 지갑에서 돈을 빼내는가하면 술과 성향응을 받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마석도는 “사람 죽인 새끼한테는 그래도 돼”라며 체포해온 흑룡파 위성락(진선규)을 마구 패는 등 민주경찰답지 않은 강력반 형사이다. 결코 간과돼선 안될 부분이다.
한편 가수 지오디 출신 배우 윤계상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다. 우선 윤계상은 그가 출연한 13편의 어떤 영화보다 많은 관객에 놀랐을 법하다. 윤계상은 무조건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장첸 역을 무난히 소화해내 끈으로 묶어대곤 하던 장발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마지막 ‘화장실 액션’은 ‘신세계’(2013년)의 ‘엘리베이터 액션’처럼 명장면으로 남을 듯하다.

“그 비행기표 어떻게 하냐?” 같은 유머조차 강력계 형사의 강하고 여유로운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믿음직스럽다. 범죄자 응징에 환호하면서 재미있게 볼 영화지만, 장첸이 달랑 3명으로 독사파 등 조폭을 접수하는 등 다소 현실감이 부족한 것은 흠이다. 사우나에서의 삶은 계란 에피소드 장면도 편집 오류라 할 만큼 맥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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