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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포모 증후군을 이겨라

디지털 세상의 신종 질병을 이기는 <창조적 단절>

내 통장에 남은 시간의 잔고는?


당신은 현재 스스로 갖고 있는 시간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하루에 몇 분을 갖고 있는가.

일주일에 몇 분을 갖고 있는가.

75세까지 산다고 할 때, 당신은 몇 분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몇 분인가.


답은 이렇다.

하루 1천 440분이다.

일주일에는 1만 80분이다.

일 년에는 52만 5천 600분이다.

75세까지는 3천 942만분이다.

당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대략 1년에 50만 분이다. -205쪽


 이 책은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된 책이다. 새 책은 구할 수도 없다. 품절되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빌린 책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신경 끄기' 종류의 책이다. 통장의 잔고나 자산은 확인하며 살지만 나의 시간 자산은 한 번도 계산해 본 적이 없다. 대담하게 시간 자산을 묻는 질문을 대하고 충격을 받아 메모해 둔 위의 글이 이 책을 다시 빌려보게 만들었다.


필자는 나름 '창조적 단절'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흔한 SNS나 카톡조차 일부러 하지 않는다. 늘 바뀌는 휴대폰 신형 모델조차 바꾸지 않아서 자식들이 답답해 할 정도이다. 최신형 휴대폰이 아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이 든 물건이라서 애착이 가서 바꾸지 못한다. 어쩌면 아날로그적 삶을 고집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휴대폰 새것을 사느니 새 책을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내 삶을 좌지우지 하지 못하게 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세계 3대 부자인 워렌 버핏도 2010년산 삼성폰을 쓴다는 기사를 읽고 내가 이상할 정도로 구식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


포모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이다.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소외 공포증’ 이라고 하는데, 포모는 애초 기업의 마케팅 기법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매진 임박’ ‘마지막 세일’ ‘한정 판매’ 등의 광고 문구로 지금 바로 구입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술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포모를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연구하면서 ‘포모 증후군’이란 용어가 나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스엔에스에 접속하지 못하면 마치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 에스엔에스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다가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50% 이상이 포모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니 안쓰럽기도 하다. 삶의 주인이 기계가 아닌 나 자신이며 타인이 내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은 공자의 충(忠)사상이기도 하다.


아직 노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내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루 중 뜻깊게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무렇지 않게 TV를 보는 습관을 줄이게 되었다. 재미는 있되 의미가 없는 일에 드는 시간을 줄이게 되었다. 책은 늘 이렇게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서 감사하다. 하루를 열심히 살면 인생이 알찰 거라는 생각으로 나의 좌우명조차 '하루살이'로 바꾼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인생이란 하루의 반복일 뿐이니.


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현대 사회의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집중하며 살기 힘든 상황들과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2부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에드워드 M. 할로웰(Edward M. Hallowell)은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20년 동안 강의했으며, 특히 주의력결핍장애 분야 전문가로 활약하며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때문에 뒤죽박죽으로 헝클어진 현대인의 삶을 치료해줄 처방을 내리고 있다


필자가  요약한 다음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다.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습관적으로 메모하고 기록을 남기는 편이다. 아무리 좋은 대목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글로 써 놓은 것만 남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이제는 기억이나 뇌를 믿지 않고 글로 남긴 것만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인상 깊은 대목을 남겨 놓으려고 노력한다. 어깨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지만 기록하는 그 순간만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읽은 책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하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간접 독서를 제공할 수도 있고 소개하는 책을 읽게 되는 계기를 선물하는 보람도 느끼곤 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이 남긴 후기를 읽고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 읽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니 품앗이를 하는 일이기도 해서 좋다.


서버만 100만 대인 구글의 검색 서비스, 170여개 채널의 위성 TV, 블로그, UCC 등등. 이것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중요한 정보만 골라내느라 우리는 얼마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워렌버핏은 컴퓨터도 없는 책상에 앉아서 수천만 달러의 투자 결정을 내린다. 빌 게이츠는 외딴 별장에서 일주일이나 외부와 단절된 시간을 보내며 MS의 미래 전략을 짠다. 이제 우리도 그들처럼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미 10년 전에 디지털 세상의 신종 질병들을 단언하였으니 놀랍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의 신종 질병에 몇 개나 노출되었을까? 다음 5가지 항목을 체크해보자.


1. 스크린 서킹 : 컴퓨터, TV, 핸드폰, 비디오게임 등의 영상매체에 중독되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강하게 집착하는 증상

2. 과잉정보 치매 : 현대인들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많다. 따라서 우리 뇌의 한계로 인해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 또한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력 감퇴라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것 역시 신종 질병이다.

3. 기가죄책감 : 디지털 세상은 개인의 능력으로 따라가기에는 너무 광대하고, 또 빨리 변한다. 그런데 이런 세상의 속성에 대한 이해 없이 능력의 한계만 절감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태도다.

4. 정크타임 : 열량만 높고 영양가는 낮은 정크푸드처럼, 자신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루며 메일이나, 블로그, 최신 뉴스 등 쓸데없는 일들로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하는 증상이다.

5. 정보중독 :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하면 허기를 느끼며, 새로운 화제, 이슈, 최신 뉴스, 속보처럼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고 안달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산만한 세상을 극복하는 창조적 단절 10가지 방법


저자는 디지털 세상의 신종 질병으로부터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1. 자기운영체제를 만들어라

2. 천년만년 사는 사람은 없다

3. 집중할 시간과 공간 만들기

4. 현대 생활 관리 10원칙

5. 주의력 체조 1,2,3

6. 뇌 용량 확보하기

7, 방해하지 마시오

8. 틀 밖에서 바라보라

9. 생각을 하나로 모아리

10. 느긋하게 사는 보람


자기를 바라보는 삶을 위한 게으름


<창조적 단절>은 밖으로만 내닫는 우리의 신경을 끄고 느리게 사는 삶, 게으른 삶으로 자신에게 몰입하는 삶을 살라는 충고가 가득한 책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소개한 에피소드처럼. 전 세계를 다니며 무역을 하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떠벌리는 부유한 무역상에게 소로는 묻는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그러자 그 무역상은 “이렇게 조용한 바닷가에 집을 짓고 바다를 보며 편하게 살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소로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지금 벌써 그렇게 하고 있는데….’


소로처럼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 그러나 살던 속도를 늦추고 내 영혼이 달리는 나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수시로 살펴보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가계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고마운 책이다.. 오늘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시간을 어떻게 지출했는지 의미와 재미를 함께 느끼는 일에 지불한 시간의 합을 꼼꼼히 기록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2018년에는 나를 위해 쓴 시간의 합을 기록할 수 있는 '시간가계부를 기록하고 싶다.  남아있는 시간을 10분 단위 시간 계좌로 만들어 제시한 작가의 친절함에 감사한다. 복사하여 일기장으로 활용하면 더욱 좋겠다. 플래너를 능가하는 항목, 시간 관리에 관한 명언들이 쪽수마다 들어앉아 생각에 잠기게 하니 더욱 좋다. 이 책은 도끼가 분명하다. 생각의 게으름을 깨고 신선한 공기를 뇌 속에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깊은 숨 몰아쉬며 이 책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열매를 거두어 공유하고 싶다.


<창조적 단절>은 포모 증후군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독립적이고 고유한 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독'을 선택하는 길을 제사한 책이라고 결론짓고 싶다. 고독을 선택하는 인간은 강한 사람이다. 스스로 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늘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 혼자서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디 고독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독을 견디지 못함에서 인간의 불행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이 모여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 각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세상이 변할 수는 없다. 고독을 이길 수 없는 순간, 우울증과 허무감의 터널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어울려 사는 노력 만큼 홀로 고독을 선택하는 삶을 위해 '창조적 단절'로 면역력을 키우는 지혜가 절실함을 가르쳐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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