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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 운영 비전과 목표는 누가 제시하나

새 학년도에 공모 교장이 부임한다. 이를 두고 학교 구성원들이 부풀어 있다. 학부모들은 임용 심사 과정에서 새 교장의 모습을 조목조목 언급하기도 했다. 교사들도 새로운 관리자와 교육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기대가 가득하다.

이런 배경에는 공모 교장 응모 때에 제출한 학교 경영 계획서가 한몫을 했다. 학교 실정까지 분석하고,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침 등교에서 하교 때까지, 연중 교육 내용이 하나하나가 참신하고 개혁적이다. 모두 실천만 된다면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위험한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 공모 교장에 응모하기 위한 서류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만든 것이다. 여기에 기술된 비전과 목표는 아무리 화려하게 만들어졌어도 학교의 구성원과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 교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문서로 만들어진 비전과 목표는 실천 단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낀다. 간혹 학교에서 관리자와 몇몇 대표자에 의해 학교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의 결정이 신속하고 명쾌할 수도 있다.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교육은 관리자와 교사, 학생이 함께한다. 학교 운영도 교장 단독으로 할 수 없다. 단독으로 하면 오히려 오류의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는 대개 학교 통제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치중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교사도 많지 않다. 그것이 치밀하게 만들어질수록, 교사들은 그 무게감에서 벗어나려는 부담만 커진다.

학교는 단지 학생만이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교사, 학부모 모두가 성장을 하는 삶의 공간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역할에 맞는 목소리를 내면, 그 과정에서 헌신적 실천을 하며 성장을 경험한다. 조직에서 주인의 역할을 경험해 본 교사들이 학생들의 주인 역할 교육을 원만하게 한다.

동기가 부여되고 성장을 경험하는 실천의 순환적 구조에서 교사는 교육에 몰입한다. 그 몰입 속에 학생에 대한 책임과 사랑이 절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건강한 긴장을 하고 자신의 혼을 담아 학생과 대화하면서 책임 있는 교육을 한다.

우리 교육은 열심히 하고도 그 성과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 타율적 문화와 획일적인 학교 운영 때문이다. 위에서 주어지는 교육과정은 교사들의 부담스러운 업무가 되고, 결국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직접 참여했을 때 교사들은 주인 의식을 갖고, 창의적인 참여를 한다. 그래야만 실천 과정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확인하고, 심리적 만족감과 자기효능감을 갖는다.

학교 교육에서 관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렇다고 그것이 독단적 결정을 하라는 자리는 아니다. 지금 세상의 이치는 홀로 목소리를 높이는 독불장군은 왕따를 당하는 세상이다. 교사에 대한 존중은 학교 민주주의 실천의 자본이다. 교사들에게 수준 높은 내부 동력을 발휘하도록 하고자 한다면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초대해야 한다. 학교장은 구성원들이 주인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일하도록 독려하는 변화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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