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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내기 교사에게 보내는 글

이제 막 교직 생활의 첫발을 디딘 새내기 교사 여러분, 여러분은 그 동안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교사의 꿈을 성취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교사가 되었습니다. 먼저 같은 대한민국의 교육 동지로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교육대학교를 다닐 때 교사란 무엇인가? 가르친다는 것의 보람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제기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남자가 초등 교사가 뭐야.’라는 식의 자기비하와 열등감 때문에 수많은 방황과 갈등을 겪었답니다. 초등 교사를 탈피해보려고 대학 시절에는 행정고시 준비도 해보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기업체 입사시험도 보았습니다. 교육대학이라는 학력이 못마땅해서 두 곳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보았지만 마음한구석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30세의 늦은 나이에 군대를 마치고 첫 발령을 받은 곳은 작은 시골 초등학교였습니다.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6학급의 학교에서 교직생활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출발부터 초등교사에 대한 온통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당시에 교직생활이 순탄할 리가 없었습니다. 햇병아리 교사로서 온갖 말썽이란 말썽은 다 일으켰고 교장 교감 선생님께 주의도 많이 받았답니다. 반바지만 입고 체육수업을 했던 일, 육상훈련도중에 아이들을 체벌하여 항의전화를 받았던 일, 사택에서 만취하여 교감선생님 이불에 실례를 했던 일 등 ‘문제 교사’로 낙인찍혔답니다. 다시는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도 여러 번 썼지요. 이러한 방황과 갈등 속에서‘내가 정말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구나.’라고 생각되어 삶을 거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치관을 변화시킨 구세주와 같은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같은 학교에 큰 형님뻘 되는 선생님은 언제나 학교에 일찍 오셔서 운동장의 휴지를 줍고 아이들에게는 늘 웃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가르치셨는데 그 분께서는 저의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틈만 나면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많은 지도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끊임없는 사랑과 정성 덕분에 일 년이 다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비로소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직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27년이 지났습니다. 요즈음은 첫 발령을 받았을 때의 정열과 사랑이 많이 식은 것 같습니다. 교직경력이 쌓이면서 웬만한 일에는 담담해지고 큰 감동을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볼 때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제는 오랜 교직경력이 부끄럽지 않는 교사가 되기 위해 그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제 주변에는 저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빠 같고 삼촌 같은 부드럽고 편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새내기 교사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저와 같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토가 비좁고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는 양질의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과 제가 그러한 막중한 사명을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줄탁동시' 라는 말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병아리 부리질과 어미 닭 부리질이 같은 순간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병아리는 어둠을 뚫고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듯이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인 만남과 충분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삼라만상이 다 그러하듯 우리들의 삶도 인연이란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러나 빈틈없이 치밀한 그 끈을 우리들은‘인연’이라 부릅니다. 교사들은 끊임없는 인연을 맺으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줄탁동시는 사제지간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비유적으로 알려주는 교사들이 꼭 명심해야할 인생의 교훈이 되는 말이지요.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의 기운을 느끼며 오늘도 새싹들의 아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새싹과 같지요.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면 못할 게 없습니다. 동반의 체온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데워가면서 오래오래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인연입니다. 
  
저도 벌써 지천명이라는 나이가 되었답니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이제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하기 위한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완성해 갈 작정입니다. 부부교사인 제게도 작년에 또 다른 교육가족이 생겼습니다. 큰 아들도 교사가 된 것입니다. 교직생활의 첫 학기를 방황과 갈등을 시작한 저였기에 아들만큼은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고 싶어 출근 첫 날부터 입이 닳도록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마 잘 해내리라 확신합니다.

새내기 교사 여러분, 교사는 동시대의 대변인이라 할 정도로 그 책임이 막중한 사람들입니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교직생활의 첫 학기를 시작하는 새내기 교사 여러분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의 맹활약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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