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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재미 더한 고품격 막장 '돈꽃'

인기리에 방송된 MBC주말기획 ‘돈꽃’이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인기리에 방송된’이라 말한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11일 시작한 ‘돈꽃’의 첫회 시청률은 10.3%였다. 처음부터 두 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한 ‘돈꽃’은 2회 12.7%로 오르더니 한번도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23.9%다.

인기드라마였을망정 먼저 토요일 밤 2회 연속의 변칙 방송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토⋅일요일 1회씩 방송하던 것을 토요일에 몰아서 처음 변칙 방송한 주말드라마는 SBS ‘우리 갑순이’다. ‘우리 갑순이’는 2016년 11월 13일 결방된 24회분을 11월 19일 토요일 밤에 아예 다음 회차까지 2회 연속 방송했다. 그것이 종영까지 이어졌고, 정규방송화되어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200억 원 대 제작비의 대작 ‘사임당 빛의 일기’ 문제와 관련, 토⋅일 밤 10시대 드라마 편성을 못한 내부사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를테면 중국의 ‘한류제한령’에 대한민국 TV드라마 편성이 휘둘렸던 셈이다. 결국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해가 바뀐 2017년 1월에야, 그것도 수목드라마로 방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때아니게 겪은 혼란과 다르게 토요일 밤 2회 연속 방송은 시청률 상승 결과로 나타났다. 고육책의 변칙 방송이 이후 주말드라마 편성 패턴으로 자리잡게된 이유다. ‘돈꽃’의 변칙 방송은, 이를테면 경쟁관계인 MBC의 SBS 따라하기인 셈이다. 그래도 ‘돈꽃’은 SBS와 다르게 1회 마치고, 잠시후(3~4분) 다음 회로 이어져 휴식할 짬이 주어진 드라마였다.

‘돈꽃’의 인기엔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돈꽃’ 시작 이틀후인 11월 13일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흉기였던 MBC”(MBC가 4일 오후 2시 30분 방송한 ‘특집다큐-소수의견’에 그런 내레이션이 나온다.)의 종언을 의미한다. 뉴스나 시사프로보다 영향을 덜 받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MBC에 대한 시청자의 용서로 볼 수 있는 ‘돈꽃’의 인기라 할 수 있다.

‘돈꽃’은 재벌 청아의 개라 불리우는 변호사 강필주(장혁)의 복수를 다룬 막장 드라마다. 장은천이 본명인 필주는 청아 창업주 장국환(이순재)의 요절한 장남이 낳은 혼외자다. 맏며느리 정말란(이미숙)에 의해 죽을 뻔하지만, 필주는 살아남아 25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간다. 마침내 청아 그룹 회장이 되지만,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된다.

그 과정에서 출생의 비밀은 물론이고 예사로 살인 및 교사가 펼쳐진다. 그 외 기획결혼, 정경유착, 불륜, 재벌가 암투 등 온갖 막장적 요소가 그야말로 숨가쁘게 펼쳐진다. 압권은 청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장국환과 역대급 악녀 정말란이다. 그들을 통해 돈독에 오른 재벌가의 온갖 비리와 범죄 등 까발려진 민낯이 재미를 더해준 셈이라 할까.

그 재미는 고품격 막장으로 극대화된다. 말할 나위 없이 튼실한 극본과 연출의 힘이다. 극중 캐릭터에 한몸으로 녹아든 배우들의 실연(實演)도 한몫했다. 가령 필주가 나모현(박세영)과 나누는 밀담이나 정말란과의 에로틱한 분위기같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이야기 전개가 그렇다. 비밀이 밝혀져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는 끝장면의 궁금증 갖게하기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역대급 악녀를 연기한 이미숙이 인상적이다. ‘질투의 화신’ 등 망가진 이미숙을 보던 안타까움이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는 잘된 캐스팅이다. 젊은 이미숙은 1981년 드라마 ‘여인열전 장희빈’ 타이틀롤이었다. 이미숙은 36년쯤 지난 지금까지도 사약을 내동댕이치던 표독스런 악녀로서의 연기가 떠오를 만큼 명품 연기를 보인 배우다.

그렇다고 이미숙의 발음상 오류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미숙은 “나모현은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지운 걸로 알고 있으마”(제8회, 2017.12.2.)라든가 “진중한 눈비슬(눈빛을→눈비츨)”(제18회, 1.13) 등 두 번이나 잘못 발음하고 있다. 다른 배우들 대사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 극본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결말이 예사롭지 않다. 개과천선과 감옥가기 등 너무 상투적인 결말이 좀 밋밋하고 싱거운 느낌을 주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재벌의 세습경영 혁파로 귀결된다. 필주가 거의 자청하여 감옥에 간 것도 그래서다. 애써 이해하자면 그것은 모현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래서 모현에 대한 필주의 사랑이 진짜 주제라는 생각을 갖게하기도 한다.

앞으로 그리 되어야 할 재벌의 세습 아닌 전문경영인 경영이지만, 그러나그것은 필주의 25년에 걸친 복수 의지 내지 집념과 충돌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말란과의 잠자리까지 감내하며 복수를 진행해온 필주인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의 뭔가 기대심리를 배반하는 대단원이기도 하다. 그럴망정 ‘돈꽃’이 재미 더한 고품격 막장 드라마란 생각엔 변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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