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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복잡한 시대를 사는 지혜, 미니멀 사고를 하라!


이 책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이다. 우리의 일상은 단순함의 반복이다. 지구의 자전이 그렇고 사계절의 변화도 지극히 단순하다. 자연 현상은 단순하여 늘 예측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인간만이 단순하게 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너무 머리를 굴리고 미리 걱정을 하고 혼자 결론을 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짧지 않은 인생을 살고 보니 살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되었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았다. 건강해지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을 먹지 않아도 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교육을 하는 일도 단순함의 반복이 아닐까. 교육의 목적이 성공하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명예를 얻고 잘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이기고 올라서는 일이 아님을 안다면 단순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무엇이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키며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 위함에 방점을 찍는다면 훨씬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대목을 독서노트에 메모해두었다. 독서노트를 쓰지 않으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감동과 깨달음이 쉽게 사라져버린다. 귀찮더라도, 단 한 문장이라도 써 놓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읽고 지나친 것은 쉽게 잊힌다. 그러나 쓴 것은 잊히는 시간을 줄여준다. 흘러가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이,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 또한 어렵다. 특별한 책이 아니라면 좋은 대목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하니 실천하는 중이다.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적절한 예시가 담겨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컨설팅 업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치약 공장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치약 튜브를 상자에 담는 생산 라인에서 20개당 1개의 비율로 튜브가 들어가지 않은 빈 상자가 출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는 빈 상자를 탐지하기 위해 무게를 재는 센서를 도입했다. 이후 빈 상자가 출하되는 비율은 100개당 1개가 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성능이 뛰어난 센서를 도입했다. 빈 상자가 출하되는 비율은 500개당 1개가 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8억 원을 투자하여 최첨단 설비를 도입했고, 빈 상자가 출하되는 비율은 1,000개당 1개가 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생산 라인 가운데 한 곳에서는 처음부터 빈 상자가 출하되는 비율이 '0퍼센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경영진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라인의 직원이 더워서 선풍기를 가져다 놓은 덕에, 선풍기 바람에 빈 상자가 날아간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자의 무게를 정확히 재는 것이 아니었다. 빈 상자가 생산 라인에서 떨어지면 그만이었다.  눈앞의 대처에만 열중하다 보면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기 쉽다. 그리고 이미 먹히지 않는 방법임이 드러났는데도 '예산을 더 쓰면'. '광고를 더 하면', '더 철저히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하고 헛수고를 계속하게 된다.  <베리심플> 119쪽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나에게 자식을 맡긴 학부모에게 나의 진심과 정성이 톻하면 그 다음부터는 신뢰를 바탕으로 했으니 술술 잘 풀리는 게 교육이다. 그래서 불량품을 골라내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와 첨단기계를 들이지 않고 선풍기 한 대만으로 불량율 제로를 만들어낸 치약 공장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첨단의 시대의 선풍기는?


훌륭한 교육은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영상교육도, IT 기술보다 더 단순하고 소중한 '선생님'이라는 선풍기에 있음을 이 책은 가르쳐주었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첨단기기도 선생님 한 사람을 넘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선생님의 자질과 인품은 훌륭한 교육을 만드는 시대를 넘는 진리이다. 그러니 선생님은 다른 공직자와 같은 봉급을 받더라도 그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직업인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을 지킬 마음의 각오를 순간마다 다져야 하는 직업이 분명하다.


여기에 선생 노릇의 어려움이 있다. 말하기 전에 생각이 먼저여야 하고 몸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직업이다. 그 생각도 철학적 인문학적, 이성적, 합리적인 거름망을 거쳐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니 결코 단순하게 살 수 없는 직업이다. 한 점의 실수도, 오차 범위도 허용되지 않는 교직의 특수성 때문에 공직자들 중에서 질병 발생 순위도 높고 수명도 짧다고 한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기에 어렵고 힘들다. 아무나 의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선생님은 학생의 마음을 돌보고 키워야 하는 마음의 의사이니 더욱 어렵게 뽑아야 하고 우대해주며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아무나 교사가 될 수 없도록 높은 윤리적 잣대로 재야 한다. 무엇보다 배움을 즐기고 사람을 사랑하는 자세로 높은 학력을 갖도록 국가적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는 훌륭한 교육이 가능한 '베리심플'한 선생님을 거르는 '선풍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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