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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추석에 이어 설에도 소환된 '럭키'

평창 올림픽과 겹친 4일간의 설 연휴였지만, 지상파와 종편이나 케이블방송까지 망라하면 이번에도 많은 특선 영화들이 전파를 탔다. 지상파 방송으로 좁혀보면 극장 개봉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016년 10월 13일 개봉한 ‘럭키’(감독 이계백)다. ‘럭키’의 최종 관객 수는 697만 5571명이다.

‘럭키’의 순제작비는 40억 원으로 170만 명쯤이 손익분기점이다. 엄청난 대박의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조연배우 유해진이 일을 낸 셈이라 할까. 무슨 말이냐고? 유해진의 첫 단독 주연 영화 ‘럭키’가 흥행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추석에 이어 4개월 남짓 지난 설에도 소환(재탕)한 KBS나 케이블채널 OCN이 ‘럭키’를 방송한 것도 그런 이유이지 싶다.

일단 ‘럭키’의 흥행대박은 여러 의미가 있다. 먼저 배우 유해진의 티켓 파워를 들 수 있다. ‘럭키’ 이전 유해진이 공동 주연으로 출연해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는 286만 786명의 ‘극비수사’(2015년)다. 이후 현빈과 공동 주연한 ‘공조’(2017)가 781만 7631명을 기록했고,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중에는 ‘베테랑’같이 천만영화도 있긴 하다.

연극배우였던 유해진은 1997년 영화 ‘블랙잭’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유해진은 ‘명품 조연’ 소리를 들으며 원톱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공조’도 그렇다. 주연중 한 명으로 출연, 722만 4092명(2월 17일 기준)을 동원한 ‘1987’(2017)도 마찬가지다. 무려 20년 만에 꿰찬 원톱 주연배우가 결코 패착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럭키’의 흥행대박이랄 수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전설이 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성공한 코미디 영화라고 해봐야 ‘굿바이 싱글’이나 ‘봉이 김선달’처럼 200만 명대 수준이다. “상대적인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코미디는 1인당 1만 원 안팎의 관람료를 지불하며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로 여긴다”(경향신문, 2016.10.24.)는 지적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셈이다.

‘럭키’의 흥행대박이 갖는 세 번째 의미는 10월이 비수기 극장가라는 통설을 뒤집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10월 한국영화산업 결산발표’에 따르면 10월 관객 수는 2015년보다 15% 늘어난 1716만 명이었다. 10월 전체 관객 수의 3분의 1을 ‘럭키’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럭키’에 관객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럭키’는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신분이 바뀐 형욱(유해진)과 재성(이준)의 이야기다. 미끄러지기 전 형욱은 킬러고, 재성은 무명 배우였다. 그러니까 형욱이 무명배우가 되고, 재성이 킬러가 되어 펼쳐지는 내용 그 자체가 이미 코미디인 것이다.

그러나 그 코미디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억지 웃기기가 아니란 얘기이다. 내가 코미디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인 억지 웃기기, 전 캐릭터의 희화화 등이 ‘럭키’에는 없다. 가령 원톱 유해진만 보더라도 인물 그 자체가 코미디인데, 거기에 웃긴답시고 옷을 더 걸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요 인물인 재성(이준), 리나(조윤희), 은주(임지연) 등도 마찬가지다.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이지만, 그들은 결코 구토가 나올 것 같은 억지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별 출연한 전혜빈(여배우 역)이 형욱과의 영화촬영에서 감독을 향해 “너무 무서워요”하는 것이 되게 웃긴다. 무릇 유머나 웃음은 그렇게 자연스러워야 한다.

추석 대작들과 ‘아수라’를 피한 개봉일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는 평이 있지만, 옆구리 터지도록 낄낄거릴 수 있는 재미가 없이는 불가능한 대박이다. 물론 ‘럭키’가 뭔가 찌릿하게 와닿는 것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너는 니 인생을 아무런 노력없이 내팽겨쳐도 되는 거야” 같은 메시지가 있지만, 그게 자살하려는 무명배우에게 킬러가 하는 훈시라 좀 그렇다.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하는 음악도 재미에 한몫한다. 그럴망정 이름만 들어도 살벌하고 공포스러운 킬러가 너무 착한 캐릭터로 미화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그나저나 ‘럭키’ 촬영 당시 46세인데다가 결코 미남이랄 수 없는 유해진이 조윤희, 전혜빈과 키스신을 선보인 것만으로도 코미디는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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