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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어려운 말 “함께 놀자!”

한센병<흔히 나병이라 부르는 병> 미감아<감염이 되지 않았지만 부모가 환자였던 아이들>들이 일반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이 아이들은 위험한 아이들이라고 등교 저지를 하는가 하면 학급에서도 따돌리고 함께 놀려고 하지 않아서 늘 외톨이가 되곤하던 1984년의 이야기....

“얘,얘, 너 말야. 이제 앞으로는 경재하고 놀지 마라라.”

“그건 왜 ?”

“넌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

“뭔데 ? 난 몰라.”

“그런 것 같아서 일러주는 거야.”

“그게 뭔데 ?”

“사실은 말야. 경재가.....”

“왜 ?”

“마침 저기 경재가 오고 있잖아. 이따가 얘기하자.”

“그래. 그게 뭘까 ?”

 

공부도 잘하지만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기로 소문이 난 명숙의 말을 들으며 승희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승희는 공부도 잘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결코 누구를 푸대접하거나 차별해서 따돌리는 일 같은 짓을 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학급의 대표를 선출할 때는 당연히 승희를 따라 잡을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9월 2학기 반장 선거에서

“저는 지금까지 반장을 많이 하였고, 다른 친구들이 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른 아이들을 반장으로 뽑아 주십시오.”

하고, 반장이 되는 것을 사양하였지만 투표의 결과는 2등을 한 명숙이보다 배나 많은 표를 얻어서 다시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명숙는 여전히 다른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버릇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아이들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따돌리기를 예사로 합니다. 승희는 이런 명숙의 버릇을 잘 알기 때문에

‘흥, 또 시작 하는 구나 !’

하고 생각을 하고 그냥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또 명숙이가 승희에게 다가와서는 경재가 안보나 두리번거려 살펴본 뒤에 가만히 말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어른들이 하시는 말을 들었는데, 경재네가 가까이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왜 ?”

“글쎄, 경재네 아빠엄마가 나쁜 병에 걸렸었데.”

“사람이 나쁜 병을 앓을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렇다고 가까이 하면 안 되는 건 뭔데 ?”

“그게 아니니깐 그렇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에게 옮을 수도 있는 병이란 말이니 ?”

“그래, 아주 나쁜 병이니까 그런 것 아니니.”

“아주 나쁜 병이라니 ?”

“글쎄, 경재네는 나병이라는 나쁜 병을 앓았다는 거야.”

“나병이라면 ? 문둥병이라는 거 아냐 ?”

“그래, 넌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난 옛날에 아버지하고 소록도에 가서 직접보기도 했는걸.”

“그러니 ? 넌 정말 안가 본 곳이 없구나.”

“거기에 가서 아주 심한 사람들은 보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시달리다가 나아서 농사를 짓고 닭을 기르는 걸 보았단다.”

“그럼 그 사람들은 이젠 괜찮은 거래 ?”

“거기에서 설명하시는 아저씨의 말씀을 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걸려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만 병으로 손가락이 없어지기도 하고, 발가락이 통 채로 없어진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그럼, 너도 그런 사람들을 보았니?”

“아니 아주 심한 사람들은 보지 않았지만,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한두 개가 없는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

“그럼 그런 사람들은 병이 다 나앗다는 말이야 ?”

“응, 겉으로 보기에 아주 흉하고 무섭게 보였지만 이 사람들은 조금도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래. 아주 병이 나아서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 자기 식구들에게도 조금도 옮길 염려가 없는 사람들이라서 밖에 나가서 살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했어.”

“그래도 난 무서워. 그렇게 무서운 병이 언제 우리에게 옮을는지 모르지 않아. 그래서 동네에서도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는구나.”

“그래서 경재하고 놀지 말라고 하는 거야 ?”

“그럼 넌 같이 놀거니 ?”

“그럼 어떠니? 난 거기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걱정이 안 되는데.....”

“얘, 난 그래도 싫어 !”

“그렇게 싫으면 너만 알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런 소리 하지 말아라. 경재가 이제 전학을 와서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외로워 하는 것 같은데 너까지 그러면 되겠니?”

“그래도 난 싫어. 경재하고 같이 놀던 아이들과도 놀고 싶지 않은데 ?”

“그러지 말아라. 나라에서도 그런 병이 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 아니니 ? 그런데 이렇게 나와서 살라고 하는 것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 아니겠어?”

“물론 네 말은 맞아. 그래도 싫은 걸 어떡하니 ?”

“그럼 다른 아이들이 그냥 저절로 알도록 까지 네가 나서서 그런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너무 불쌍하지 않니 ?”

“아무튼 난 너에게 알려 주었다.난 경재랑 노는 아이들하고는 같이 놀기 싫

어 !”

명숙이는 아주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한마디로 잘라 말하고 횅하니 돌아섰습니다. 이런 명숙이의 모습을 보면서 승희는

‘제는 공연히 다른 사람을 괴롭히려고 그래 ?’

하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명숙이와 승희는 공부도 1,2등을 다투고 있지만 항상 반장이나 회장 선거에서 맞붙어서 경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둘은 항상 비교적 친하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명숙이가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괴롭히려고 해도 승희는 항상 이렇게 오히려 명숙이를 달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승희의 말을 들은 명숙이는 승희의 앞에서는 그런척하고 말지만 돌아서면 언제나

‘흥, 제가 뭐 나를 가르치려고 해 ?’

하고 꼬인 생각을 하곤하였습니다. 오늘도 명숙이는 승희의 말을 듣고선

‘제가 무슨 천사라도 되나 ? 누군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싶어서 그러나 그런 나쁜 병에 걸릴까봐 우리가 조심을 하자는 거지 뭐.’

하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항상 승희에게 지는 것이 억울하고 기분 나쁜데, 제까짓 게 얼마나 잘났다고 날 가르치려고 해 ?’

하면서 명숙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모두 해줘서 경재하고 노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게 만들고 말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항상 승희에게 지기만 한 앙갚음이 되기도 할 것만 같았습니다.

‘흥, 두고 보라지. 내가 기어이 경재를 외톨이로 만들어서 승희가 혼자가 되게 만들고 말아야지.’

하고 다시 다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서 일주일도 채 안되어서 기어코 일을 터지고 말았습니다.

“네가 뭔데 남을 그렇게 못살게 구니 ?”

“뭐 ? 네가 널 못살게 했다고 ? 네가 뭐 잘 못한 거 있니 ? 없는 일을 있다고 했니, 아니면 널 욕을 했니 ? 난 동네에서 들은 대로 너네식구들이 나병을 앓았다고 했다 왜 ? 뭐 잘 못했니?”

“그래 잘했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외치고 다녀라 ! 그렇찮아도 동네 사람들이 우릴 못 살게 내쫓으려고 해서 죽을 지경이란다. 너도 나서서 해보렴.”

경재는 언제나 말이 없이 조용한 성격이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더니, 의외로 야무지게 덤벼들었습니다. 우리 학금에서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명숙이에게 대드는 일이란 없었습니다. 어찌나 아이들을 꽉 잡고 있는지 명숙이에게 잘못 보였다간 그만 외톨이가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무리 명숙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함부로 대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전학을 온지도 며칠이 되지 않은 경재가 아주 명숙이를 잡아 죽일 듯이 대드는 것이었습니다. 명숙이는 기가 막히다 는 듯이 경재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이러다간 자기가 경재에게 진 것이 될 것만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명숙이는

“뭐라고 ? 날더러 온 동네에 외치고 다니라고 ? 참 더러워서 내가 너 같은 게 뭐가 무서워서 네까짓 것의 말을 들어 ?”

“지금까지 동네 강아지 마냥 외치고 다니지 않았니?”

“이 계집애가 무서운 게 없어 ! 뭐 동네 강아지라고?”

명숙이가 사정없이 덤벼들어서 경재의 머릿카락을 움켜쥐었습니다.

“네까짓 게 덤비면 어쩔 테야 !”

경재가 한마디를 하면서 명숙이의 목덜미를 감싸 쥐고서 사정없이 들어 매치기를 해버렸습니다. 명숙이의 손에 잡힌 경재의 머릿카락이 뽑히기도 했지만, 조금도 아파하지도 않고 덤빌 테면 덤비라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이렇게 떠들썩하고 소란한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아무소리도 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대충 짐작하시겠다는 표정으로

“명숙이 무슨 일이야 !”

선생님은 엄숙한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명숙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미 이런 아이들이 몇 명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 동네에 사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가르쳐 오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 반에는 이번에 경재가 처음으로 들어 왔기 때문에 이제야 이런 소동이 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아시는 선생님은 벌써 명숙이가 경재의 그런 것을 들추어내어서 싸움이 벌어졌을 거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더구나, 명숙이는 우리 반에서 아이들을 움켜쥐고서 제멋대로 휘두르는 아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다음에 두 사람을 남겨 두시고서 오늘 일어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선 명숙이에게

“명숙이 네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어서! 넌 다른 아이들을 다루듯이 경재에게 함부로 해선 안돼. 그렇찮아도 동네 사람들과 싸움 때문에 기가 죽어 있는데 너희들이 학급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용서 못해 알았지 !”

하시고 명숙이에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어느 누구의 편을 드는 법이 없이 공평하게 아이들을 지도해 주셨는데, 오늘은 명숙이에게 만 꾸중을 하시는 것입니다. 명숙이는 불만스러울 뿐만 아니라 지금 채면이 말이 아닙니다. 이 학급에선 감히 대들 사람이 없는데 글쎄 새로 전학을 온 경재에게 들어 매치기를 당했으니 이런 창피가 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이 꾸중을 하시는 것도 명숙이에게 만 하고 있으니, 명숙이로선 불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말로는 그렇게 하였지만 여간 기분이 상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경재에게 잘못했다는 사과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명숙이는 머뭇거리다가 선생님께 다시 한번 호통을 듣고서야

“미안해 !”

하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렇찮아도 자존심이 상해서 부아가 끓어오르는데 자신을 매치기한 경재에게 사과까지 하려니까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경재 더러

“야 ! 경재, 나하고 같이 가자. 학급의 아이들이 잘 못한 것을 선생님이 가서 사죄를 드리도록 하겠다.”

하시면서, 경재를 앞세우고 경재네 마을을 향하여 가셨습니다. 명숙이는 속으로

‘그 마을에 가면 손이 오그라들고, 눈썹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어쩌려고 거길 가시는 것일까 ?’

하고 생각을 하니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서 선생님이 가기 싫은 마을에 억지로 가시게 되었다는 것이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해서 선생님이 그 마을에 가시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화나고 분했던 마음보다는 선생님에 대한 마안함으로 명숙이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재차 사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경재를 앞세우고 영생농원 이라는 표지가 붙은 흔히 말하는 음성나환자 마을을 들어서고 계셨습니다.

이 마을에는 이미 병을 치료하여 균이 음성으로 변한, 다시 말해서 균은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옮기거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와서 마을을 이루는 것을 어느 지역에서나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국가에서 어느 지역을 지정하여서 한 곳에 20-30 집씩을 한곳에 집단으로 살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생활을 보호하여 주기 위하여서 나라에서는 세금을 면제하여주고 양돈이나 양계를 하도록 모든 시설을 지원해줄 뿐 아니라,닭, 돼지의 새끼, 사료 등을 거의 원가로 공급하여서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제법 돈들을 모아서 다른 곳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는 선생님을 보고 마을에서는 이장에게 알리고 마을의 좀 출입을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이 마을에는 병을 앓는 동안에 몸이 많이 상한 사람도 있고, 정상적인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깨끗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손님이 오면 어느 집에 오는 손님이든지 만나볼 사람을 정해두고 비교적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마을의 대표가 되어서 손님들을 접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마을의 나쁜 인상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인 것입니다.

“선생님 웬 일이십니까 ? 선생님이 직접 이렇게 우리 마을을 찾아주시다니 대단히 감사 합니다.”

하고, 이장님은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이 마을의 아이들을 따돌리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 싸움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시던 이장님은

“아이고 선생님 ! 그런 일로 여기까지 오시다니, 어쨌든 가시죠. 여기까지 오셨으니 술이라도 한잔 하시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술은 잘 못하지만 이 마을에 와서 안 마시고 갈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가 그냥 간다면 이 마을에 안 온 것만도 못한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그렇게 저희들의 입장을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좀 채로 그렇게 해주시기 어려웁던데요 ?”

“어쨌든 술이나 한 잔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이장님 댁에 들어가서 그 마을의 몇몇 대표들과 마주 앉아서 그들의 어려움과 이웃마을 주민들과의 다툼 등을 귀 기울여 들어 주면서,그들이 주는 술잔을 받아서 거침없이 쭈욱 들이키고선 선뜻 술잔을 권하고서 그들이 선생님께는 다른 잔을 권하는 것을 한사코

“그러지 마십시오. 난 그렇게 선입감을 가지고 살지 않습니다. 그 잔으로 한 잔을 마시고 싶습니다.”

하고서 이장의 술잔을 빼앗다시피 받아서 술을 마시자 마을 사람들은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이젠 터놓고 마을의 불편한 점들을 털어 놓았습니다.이들은 지금까지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은 우릴 환자로 보고 멀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든가 봅니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 대었던 술잔을 거침없이 받아드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가슴을 활짝 열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당해온 일들과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 두 번이 아니고 자꾸 그렇게 무시당하고 또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들의 속이 상하는 것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들을 가까이 하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멀리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답니다.”

하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몹시 마음이 무거운 것 같았습니다. 이때 선생님은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들의 생각이 모자라서 가끔은 그런 일이 벌어지고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약간은 그런 일이 있어서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어디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가요. 선생님들도 아직 이해가 모자란 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해주세요. 이제 학교에 돌아가서 모두에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아이들과 선생님들께도 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사정을 이야기 하자,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쁜 얼굴로

“선생님, 우리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니 감사 합니다.”

하며 좋아들 하였습니다. 선생님도 자신이 이렇게 찾아와서 동네 분들을 만나보기를 잘헀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튿날에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지금까지 경재네 마을의 아이들이 무척이나 무서운 병을 옮기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생각을 한 것이다. 난 어제 경재네 마을에 가서 그곳에서 함께 술도 마시고 음식도 같이 먹었다. 이건 절대로 안심해도 괜찮은 것이란다. 앞으로 너희들이 경재하고 함께 생활을 해도 아무염려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둔다. 앞으로 경재를 따돌리고 놀리고 하는 일이 일어나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서로 더욱 협조하는 사이가 되도록 부탁한다. 알겠지 ?”

이렇게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고, 선생님들께도 영생농원 에 갔던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부턴 아이들은 경재를 싫어해서 멀리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한 두 달이 지나는 동안에 아이들은 이제 거의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재가 명숙이를 매친 일로 해서 명숙이가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을 마음대로 이끌고 휘두르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명숙이보다는 경재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경재야, 이리와. 우리 공깃돌 놀이 하자.”

승희가 부르자 아이들은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경재와 함께 모여 앉아서 놀이를 하였습니다. 경재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장난을 하고 놀이를 하는데 끼지 않으려고 하던 버릇이 없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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