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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2018.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이 바라는 꿈과 행복

잿빛 들녘에 엷은 연둣빛이 번져오고 개울가 버들개지는 물을 머금어 통통해진다. 지금쯤 먼 산 진달래는 꽃봉오리를 여는 아픔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삼월은 입학으로 시작된다. 며칠 전 유치원을 졸업하고 엄마 손을 잡고 입학한 아이들은 소중한 천사들이었다. 입학식 내내 저 천사들이 마음의 낮음과 생각의 깊음을 배워 다가올 사회를 따스하게 훈훈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하였다. 이런 입학 시즌에 맞추어 보물섬남해독서학교도 입학식과 1박 2일의 독서캠프를 가졌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백여 명의 학생들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신의 존재를 알고 독서의 효용을 맛보고자 지원을 하였다. 독서캠프의 이슈는 우리가 바라는 꿈과 행복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주제도서가 김성미가 지은 그림동화 ‘돼지꿈’이었다. 언뜻 보면 중고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림동화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 많은 사색과 사유를 요구하는 책이다.

우리는 보통 돼지꿈 하면 떠올리는 것이 재물운, 횡재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요즘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내용으로 학교를 마치고도 학원, 과외, 성적, 시험 스트레스, 좋은 대학 진학 등 억압된 생활 속에서 차라리 돼지가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일탈의 꿈이 숨어 있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은 막상 돼지가 되어도 끌려다니는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주인공에게 힘이 없는 해결할 능력이 없는 실존 감을 잃어버린 피동적인 행동은 일상에 환멸만 준다.

독서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의 살고 싶은 세상과 꿈 발표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형태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패러디하여 전달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또한 실수해도 당황 없이 계속하는 모습은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감발표를 통해 나온 공통된 바람은 행복, 소통과 공감이었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미래의 행복이란 굴레로 지금을 억압하는 빈틈없는 하루의 일상을 던지는 것이라 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자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부모님과의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자신의 당시 상황과 지금의 현실을 근거로 출세하려면 SKY대학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이 싫어할 때 사교육을 받아가며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야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른과 큰 시각차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넘을 수 없을 땐 반항적인 행동이 표출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며 공감과 경청을 통한 자녀세대와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보듬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은 느리게 자라므로 자기를 알고 자신을 넘어설 때까지 어른들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 교육은 기존의 교육방법으로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앞으로의 교육 현실을 대비할 수 없다. 왜(Why?)에 중점을 두는 끊임없는 사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혁신학교, 행복교육, 배움중심수업 등 다양한 교육의 변화들이 현장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경쟁 구도여서 교육을 통한 행복지수를 올리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 아이가 던진 꿈이 파문을 일으킨다. 그 아이의 꿈은 만화영화의 주인공 ‘짱구’가 되는 것이라 했다. 짱구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어른의 경직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력을 주는 행동에 반했다 한다. 과연 만화나 동화 속 주인공들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모든 자녀는 귀하다. 귀한 만큼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보물섬남해독서학교 독서캠프에서 아이들이 던져준 화두였다.

삼월! 봄은 분홍빛 따스함이 더 짙어지고 때로는 차가운 시샘에 찬 입술로 몸살을 몰고 올 것이다. 하지만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는 만큼 독서를 통해 나날이 성장할 보물섬남해독서학교 학생들의 모습으로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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