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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너른 세상에 나를 던져라

‘병들고 잠들지 않으면 등을 땅에 닿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로 하루를 천일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아픈 곳이 늘어 여태껏 최선을 다해 살아 온 날들에 대한 훈장쯤으로 여겼었다. 내 나이 50을 목전에 둔 시기였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건 불행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깊어져 끌려가듯 병원에 가보니 고엽제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풍산에서 출세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와 ‘돈의 노예’, ‘일의 노예’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주경야독 하며 전문대학까지 마쳤지만 장사 밑천을 모을 길이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 참전을 자원하게 됐고, 목숨 걸고 벌어온 종자돈으로 목표는 이뤘지만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생각하면서 내가 꿈꾸던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또 그토록 원하던 음악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26년간 171개국을 오지만을 탐험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아마추어 테너로 무대에 올라서는 기쁨도 누리고 있다.
 
지금도 일 년에 300일은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한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겪었기에 떠나기 전에 유서를 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가 지뢰를 밟은 적이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떼의 습격을 받는가하면 아마존에서는 야영 중 재규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不經一事면 不長一智’라 했다. 한 가지 경험에서 한 가지 지혜를 얻게 된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한 것이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눈으로 하는 독서는 쉽게 잊히지만 ‘발로 하는 독서’는 오래간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60세까지 해보자는 목표였다. 그게 다시 70세, 그리고 지금은 80세를 향하고 있다. ‘길 위의 움직이는 학교’를 다닐수록 내 마음과 육체는 더 맑아지고 건강해짐을 느낀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떠난 여행이 내게는 거짓말처럼 ‘치유’를 선물했다. 
 
나는 전국을 다니며 강연할 때 요즘 유행하는 버킷리스트를 쓰지 말라고 한다. 그것을 쓸 시간에 행동하라, ‘Do it now’를 외치며 다닌다. 많은 것을 시도하다 보면 실수와 시련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얻게 되는 성숙이야 말로 참 된 지혜라고 믿는다.

여행은 발로 하는 독서

 
‘나’를 더 큰 ‘환경’에 던지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일이다. 우물 안 개구리만큼 불행한 인생은 없다. 
 
아이들 교육은 모두의 숙제다. 나는 그 해답을 여행에서 찾는다. 우물 밖으로 나가는 길만 잘 안내해 주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훌륭히 해 낸다.  

내 나이 76세 ‘청년’이다. 작은 배낭 둘러메고 발길 닿는 데로 나서는 일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패키지 ‘관광’조차 버거워진 친구들이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 만날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에 여전히 가슴이 떨린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내 모습’을 찾게 될까? 그것이 너무 궁금해 오늘도 짐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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