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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영을 동북아 뮤지컬 허브도시로”

지역에 ‘교육 뮤지컬’ 정착
김준성 경남 통영 용남초 교사

‘꿈틀꿈틀 통영청소년뮤지컬단’ 기획, 산파
A부터 Z까지 몸소 익혀가며 생태계 구축
뮤지컬페스티벌 통해 인근 지역까지 전파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이제 경남에서 교육 뮤지컬을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구라도 경남에서 뮤지컬을 배울 수 있고, 관람할 수 있는 동북아 뮤지컬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준성(31) 경남 통영 용남초 교사의 포부는 당찼다. 지난 5년 간 지역에서 ‘교육 뮤지컬’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밤낮, 주말 없이 뛰어다닌 그. 이제는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김 교사는 지난 2013년 충렬초가 교육부 ‘학생 뮤지컬 사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뮤지컬과 처음 만났다. 당시 용남초에 근무했으나 충렬초가 워낙 소규모학교라 지역 교사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면서 뛰어 들게 됐다.
 
사업 기획을 담당한 그는 학생지도, 연출, 창작까지 모든 것을 교사들이 맡자는 파격 제안을 냈다. 학생 지도는 극단과 연결해 해결하고 교사는 관리만 담당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사업이 끝난 뒤 통영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 예산을 지역 내 뮤지컬 교육 시스템 구축, 창작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김 교사는 “뮤지컬 관련 평생교육이 전무한 중소도시인데다, 머나먼 이곳까지 누가 찾아와 열정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며 “예향 통영답게 문화·예술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꿈틀꿈틀 통영청소년뮤지컬단’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수개월 간 매일 밤 모여 교사들과 마라톤 회의를 거듭하고 주말에는 상경해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발성, 연기, 희곡, 작곡, 안무, 무대 등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수 시간을 운전해가며 뮤지컬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은 뒤 학생을 직접 가르쳤고 지역 예술가, 강사들과 협업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해갔다. 
 
특히 뮤지컬을 창작하는 일은 무모한 도전 같은 일이었다. 기성 뮤지컬을 따라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우리 지역만의 것을 살리고 싶었다. 주변의 이야기, 아이들과 상담한 내용들을 토대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더욱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 2015~2016년에는 충렬초에서 직접 근무하며 뮤지컬단의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극본, 작곡, 편곡, 안무창작, 디자인 등을 교사와 학생이 해결할 수 있는 뮤지컬 창작반도 이때 만들었다. 
 
충렬초에 건립된 영재교육원발명교육센터를 십분 활용하기도 했다. 센터 내에 목공예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자 무대, 디자인을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때마침 일제 강점기 시절 통영 기녀들이 독립자금을 마련한 판결문이 발견되자 이를 소재로 뮤지컬 ‘꽃비내리는 날’을 만들어 750여석 규모의 시민회관에 올리기로 했다. 1일 3회 공연에 시민들이 가득 찼다.
 
2016년에는 뮤지컬 창작반을 3개 조로 나눠 각각 창작뮤지컬을 만들기로 했다. 섬 학교인 통영 사량초, 거제 창호초에 컨설팅을 통해 역시 창작뮤지컬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 뮤지컬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역에서의 성공을 외부로 확장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것이다.  뮤지컬 도시 통영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성인이 된 일부 제자들은 관련 전공, 뮤지컬 분야에 뛰어들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고 특히 그 중 한명은 미국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생태계 구축으로 인해 교육부에서도 손꼽히는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김 교사는 교육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원칙인 ‘지속 가능 교육’을 위해 2015년 K뮤지컬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최근에는 ‘교사연구회’도 조직했다. 
 
그는 “교사가 아무리 노하우를 많이 보유해도 다른 학교로 이전하면 그 교육이 이어지지 않는다”며 “비영리인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교사, 지역 예술가, 주민들이 지역 내 교육 뮤지컬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다시 용남초로 돌아온 그는 교육 뮤지컬의 모든 것을 담은 책 ‘뮤지컬 씨, 학교는 처음이시죠?’를 출간했다. 250시간짜리 뮤지컬 지도사 양성사업도 기획 중이다.
 
김 교사는 “그동안 노력으로 지역에 예술종합학교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학교를 넘어 지역을 사랑하는 누구나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만들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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