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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아이의 담임, 30년 전 은사님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아이가 입학하게 돼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의 성함이 30년 전 나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똑같은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쭸더니 은사님이 맞았다. 어찌나 기뻤던지 두 손을 맞잡고 한참 얘기를 나눴었다. 

엄마가 된 나에게 뜻밖의 인연
 
선생님은 그 때 그 조그만 여자 아이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교사가 되어 있는 모습에 무척이나 신기하다고 하시면서 기뻐해 주셨다. 
 
선생님은 30년이 지났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카리스마가 여전하셨다. 세월도 선생님의 시간을 늙게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후 난 선생님께 스승의 날이거나 방학하는 날, 그리고 종업식 날에 연락을 드렸다. 맛있는 차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요즘 세상이 무서워"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나 역시 김영란법을 생각하며 수화기 너머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종업식을 마치고 아이의 봄방학 때, 그동안 수고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손 편지! 선생님의 매력 다섯 가지를 예쁜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적어내려 갔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신 우리 선생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풍부하신 우리 선생님,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시는 맥가이버 같으신 우리 선생님, 유머를 통해 즐겁게 가르쳐 주시는 우리 선생님,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못 할 때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시는 우리 선생님의 매력을 편지지에 담았다. 
 
그리고 선생님을 잘 표현해 주는 이해인 시인의 시 ‘어느 교사의 기도’ 한 구절도 정성껏 써내려갔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지식과 지혜를 조화시켜 인품이 향기로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중략)… 어느 날 그 꽃자리에 가장 눈부신 보람의 열매 하나 열리는 행복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교사가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선생님은 이해인 시인의 시처럼 매일 노력하는 삶을 사셨을 것이다.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도 나와 내 아이, 혹은 다른 무수한 아이들의 가능성에 싹을 틔우고, 그 아이들이 꽃으로 피어 날 수 있게 노력하는 세월을 사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손편지로 마음 전해
 
나와 내 아이는 "선생님 저희를 사랑으로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0년 된 제자 강영아, 1년 된 제자 서지민"이라 적으며 편지지를 고이 접었다.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나도 제자의 자녀를 가르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말씀에 나도 아이들의 마음에 행복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인간관계가 조심스럽고 조금은 메말라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하는 표현만큼은 줄어들지도 없어지지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