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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하면 나에게는 매우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름이다. 왜냐하면 큰 형님께서 태어나면서부터 청각 장애를 앓고 계셨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교회를 갔다 오는 시골길에서 큰 형님한테 전해들은 이야기다. 언젠가는 동네 친구들이 “ 이 바보 귀머거리야, …… ” 라고 놀렸을 때  “엄마, 왜 저를 이렇게 귀머거리로 낳았어요.” 하며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단다.


청각장애로 자살까지 시도하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참 부모님 밑에서 응석부리며 자라야할 나이에 일찍이 홀로되신 어머니를 모시며 들로 산으로 무거운 지게를 지고 힘들게 살아오신 큰 형님이시다. 


동네 분들의 집에 전기가 고장 나면 금방 달려가서 고쳐주고 신발이나 장화가 헤어질라치면 때워주기도 했고 가끔씩 술에 취해 땅바닥에 누워 계신 어르신 분들을 등에 업어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는 등 동네 사람들의 ‘손과 발’ 이 되어줬다.  배우지는 못했고 귀까지 안 들리는 불편한 몸이었지만 남을 돕고 베푸는 삶으로 사신 큰 형님이시기에 최소한 우리 동네 사람들은 형님을 신뢰한다.

   
지난 번 고향집에 가던 중 경운기를 몰고 동네 어귀를 돌아 논으로 향하는 형님의 모습을 보았다. 뙤양 볕에 그을린 주름진 얼굴에 굽은 어깨, 배가 등에 붙을 정도로 깡마른 모습을 보고 빚진 자로서의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7남매의 장남으로서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톡톡히 해내신 큰 형님이시기에 한없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장애인이란 이름 하나 때문에 친구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한 큰 형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발령 초기의 일이다. 당시 1학년을 맡고 있었는데  고학년 특수 학급 아이가 “ ○○야 ”라며 아는 체를 하는데 “오빠, 학교에서 아는 척 하지 마. ”라며 울상이 되어버렸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특수아인 고학년 아이와 1학년 아이는 같은 동네 옆집에 살고 있었고 학교에서 자신을 아는 체해서 창피하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지만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예비 장애인이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는 속담도 있듯이 언제 어떻게 장애인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제인 대통령의 저서도 있듯이 우리나라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며 남녀노소 지위 고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복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어우러져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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